- ‘혐오시설 폭탄돌리기’ 멈춘 상색리, 님비를 넘어선 용기

수도권 곳곳에서 ‘혐오시설’ 갈등이 반복된다. 쓰레기 소각장, 하수처리장, 화장장, 발전소…. 필요성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입지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동네는 안 된다”는 외침이 먼저 터져 나온다.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가평군이 추진 중인 2029년 준공 목표의 쓰레기 소각장 사업은 단순한 환경 인프라 건설을 넘어선 상징성을 갖는다. 특히 가평읍 상색리 주민들의 선택은 ‘혐오시설 폭탄돌리기’라는 오래된 악순환을 멈춘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감내하겠다”
가평은 지금까지 생활폐기물의 약 80%를 외부에 의존해 처리해왔다. 매립과 위탁, 반출이라는 구조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한 시스템이었다. 수도권 매립지 직매립 금지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선택지는 분명해졌다. 자체 소각장 건립이다.
문제는 입지였다. 전국 어디서나 반복되는 갈등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색리 주민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여러 차례 설명회를 거쳐 조건과 지원 방안을 협의했고, 감정적 반발 대신 현실적 대안을 택했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제대로 짓고 제대로 관리하라.” 이 태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주민들은 행정에 ‘백지 위임’을 한 것이 아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 친환경 설계, 주민 지원사업의 구체화를 전제로 동의했다. 신뢰를 조건으로 한 동참이었다.
소각장은 여전히 민감한 시설이다. 과거의 낡은 이미지와 막연한 공포가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시설은 밀폐·여과·실시간 오염 수치 공개 시스템을 갖춘 고도화 설계가 기본이다. 더 나아가 열에너지 활용을 통한 지역 환원 모델도 가능하다. 난방 공급, 공공시설 온수, 농업시설 지원 등 ‘에너지 시설’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럼에도 님비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갈등은 대개 ‘정보의 불신’에서 시작된다. 상색리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조건을 제시하고 합리적 절차 속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행정을 믿고, 동시에 감시하겠다는 태도. 이 균형이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민·관이 함께 만든 선택’
가평군은 총 690억 원 규모의 소각장 건립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아직 넘어야 할 행정 절차와 사업자 선정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2029년 준공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입지 선정에서부터 주민 참여와 설명, 의견 수렴을 거쳤고, 상생사업 추진이라는 보완 장치도 마련됐다. 이는 행정의 독주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폭탄돌리기”를 멈춘 작은 용기
환경기초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한국 사회의 고질병처럼 반복돼왔다. 정치권은 눈치를 보고, 지자체는 시간을 끌고, 주민은 분노한다. 그 사이 문제는 미뤄진다. 상색리주민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 필요성을 인정하고, 조건을 제시하며, 감시 속에 동의했다. 이 작은 용기가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소각장은 혐오시설인가, 자립의 상징인가. 그 답은 기술보다 신뢰에 달려 있다. 가평 상색리 주민들의 선택은 그 신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029년, 가평이 쓰레기를 외부로 떠넘기는 도시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는 도시로 서 있다면, 그 출발점에는 행정을 믿고 동참한 주민들의 결단이 있을 것이다. 님비를 넘어선 상색리의 선택. ‘폭탄돌리기’를 멈춘 그 용기가 전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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