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4부] ‘부부 법인’ 공공입찰 수천 건 동시 참여 의혹…가평군 대형 행사 용역 5년간 특정 두 업체 집중 논란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1.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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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대집행·군민의 날·자라섬 페스타까지 반복 수주. “형식 요건만 보고 실질 검증 없었다” 행정 책임론 확산

경기 가평군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이른바 ‘부부 용역회사’의 조직적 입찰 담합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5년간 가평군의 대형 행사·행정 용역이 특정 두 업체(A사·B사)에 집중적으로 돌아갔다는 정황이 추가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 공개 자료와 가평군 계약 내역을 종합하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가평군 본청과 읍·면이 발주한 주요 행사·행정 관련 용역 13건(약 4억300만 원 규모)이 A사와 B사에 의해 수행됐다. 이 가운데 A사는 6건(약 1억2,700만 원), B사는 7건(약 2억7,500만 원)을 각각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 ‘분리된 법인, 하나의 실체’ 의혹
문제의 두 업체는 가평에 본사를 둔 용역 법인으로, 동일 건물·동일 층 주소, 부부·자녀 간 대표·감사직 교차 운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오래전부터 “외형만 다른 사실상 하나의 기업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제보자가 분석한 나라장터 입찰 자료에 따르면, 이들 법인은 2020~2025년 사이 약 1,500건의 공공입찰에 동시 참여했으며, 동일 발주 기준으로도 700건 이상 함께 투찰한 정황이 확인됐다. 단순 경쟁을 넘어, 경쟁을 가장한 중복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낙찰 여부와 무관하게, 사전 공모를 통해 입찰 공정성을 해칠 위험이 인정되면 형법상 입찰방해죄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성립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별도로 확인된 가평군 계약 내역에서는 행정대집행, 군민의 날 기념식·전야제, 자라섬 꽃 페스타(봄·가을), 성화 봉송 행사, 읍·면 단위 콘서트, 청사 청소 용역 등 성격이 서로 다른 대형·중형 사업이 수년에 걸쳐 A사와 B사에 반복적으로 맡겨진 정황이 드러났다.
A사가 수주한 가평군민의날 전야제...송가연 등이 출연한 이날 행사에서 3분여 간 음향사고가 발생해 출연 가수가 진땀을 뺐다.[출처/NGN 뉴스]
지역 용역업계 관계자는 “지역 축제와 행사, 청소·대행 용역 등을 사실상 독식하다시피 한 구조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의혹은 가평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당 법인들은 2020~2025년 사이 서울의 한 자치구와 수십 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라장터 계약정보 시스템을 통해 확인됐다. 해당 지역과 업체 간 지리적·연고적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고, 동일 업종의 경쟁 업체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수의계약이 이뤄진 점이 의문을 키운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보자는 가평군에 자체 감사와 수사기관 통보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가평군은 지난 1월 9일 “입찰 참가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형식적 문제는 없다”는 취지의 1차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서류상 요건만 보고, 실질적 담합 가능성과 공익적 위험에 대한 검증은 하지 않았다”며 “핵심을 비켜간 미온적 행정”이라고 반박했다.
‘지방계약법 31조’ 놓고 법 해석 공방
가평군은 “입찰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제보자는 지방계약법 31조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자에 대해 낙찰 여부와 무관하게 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보자는 “담합 가능성에 대한 조사 자체를 하지 않은 채 계약이 체결됐다면, 그 계약의 유효성 역시 문제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보자는 가평군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경기도 감사관실 감사 청구 ▲감사원 감사 요청 ▲형법상 직무유기 성립 여부 검토 등 단계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가족 법인 관련 신고 건에 대해 기초 사실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은 특정 업체의 일탈을 넘어, 가족 법인을 활용한 공공입찰 잠식 구조와 이를 걸러내지 못한 행정 시스템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사례”라며 “계약 구조 전반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사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논의는 업체를 넘어, 계약을 체결한 지자체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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