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은 좁다, 서울 및 관외 지자체 수의계약 집중
가평을 거점으로 한 용역업체의 조직적 입찰 담합 의혹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일 주소와 가족 지배 구조로 얽힌 두 업체(A사·B사)가 5년간 1,500여 건의 공공입찰에 동시 참여한 정황에 더해, 관외 지자체에서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행정 책임론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가평군은 “형식적 참가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1차 답변으로 사실상 판단을 종결했다. 이에 대해 최초 제보자는 “핵심을 비켜간 미온적 행정”이라며 군수에게 2차 공개질의를 제출하고, 감사·수사기관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 ‘분리된 법인, 하나의 실체’…동시 투찰 1,500건
문제의 핵심은 가평에 본사를 둔 A사와 B사다. 두 업체는 ‘동일 건물·동일 층에 주소’를 두고, ‘대표이사와 감사직을 부부·자녀 간에 교차 등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업계에서는 “외형만 분리된 사실상 하나의 기업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달청 나라장터 공개 자료를 토대로 제보자가 분석한 결과, A·B사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1,500건의 공공입찰에 동시 투찰했다. 동일 발주 기준으로도 700건 이상 함께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을 가장한 구조적 중복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조계는 실제 낙찰 여부와 무관하게, 사전 공모로 입찰의 공정성을 해칠 의도가 입증되면 형법상 입찰방해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역시 사전 합의와 실행 정황만으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 관외 지자체 수의계약 집중…포천·서울서 반복 수주
의혹은 가평을 넘어 포천시와 서울 자치구로 확산됐다. 본지가 계약 내역을 종합한 결과, A·B사는 포천시에서 2018~2025년 사이 총 18건의 용역을 수주했다. 금액은 약 2억5800만 원으로, 노점상·노상적치물 단속 용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보자 측은 이 가운데 약 90%가 수의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중랑구에서도 2021~2025년 사이 총 20건, 약 4억5600만 원 규모의 용역 계약이 체결됐다. 축제 안전관리, 질서유지, 교통통제, 시설 임차·보강 등 유사 목적의 용역이 매년 반복됐고,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제보자의 분석이다.
특히 대형 축제 기간을 전후해 유사 성격의 용역이 부서별로 나뉘어 여러건 계약되는 양상도 포착됐다. A사는 질서유지·안전관리 등 상대적으로 고액 용역을, B사는 교통통제·시설 임차 등 용역을 맡는 식의 역할 분화 정황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중랑구 용역업체 관계자는 서울에 수십여개의 용역업체가 있는 데, 가평 지역 업체가 수년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독식한 건, 가격이나 전문성 외의 요인이 작동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보자는 가평군에 자체 감사와 수사 의뢰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가평군은 지난 1월 9일 자 답변에서 “업체들이 입찰 참가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별도 조사가 필요 없다는 취지로 판단을 종결했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행정이 서류상 요건만 확인하고, 실질적 담합 가능성에 대한 위험 관리 책임을 방기했다”고 반박했다.
제보자는 11일 가평군에 2차 공개질의서를 제출하며, 5년간의 입찰 데이터 1,500여 건을 신규 증거로 추가했다. 질의의 핵심은 ▲조달청 투찰 로그·IP·MAC 주소 확인 등 기초적 사실 확인을 실제로 검토했는지 ▲비정상적 투찰 패턴이 가평군 입찰 시장에 미치는 공익적 위험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조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내부적 비교형량 근거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또한 제보자는 “지방계약법 31조는 담합이 확인될 경우 낙찰 여부와 무관하게 입찰 참가자격 자체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법 해석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 “조사 회피는 직무유기”…법적 대응 예고
제보자는 가평군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 검토 요청, 경기도 감사관실 감사 청구, 감사원 감사 및 구상권 책임 문제 제기 등 단계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또,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직권 조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A·B사 관련 신고 건에 대해 기초 사실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에 돌입할 경우 투찰 로그 분석과 실질적 지배 관계 규명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가족 법인을 통한 공공입찰 잠식 구조, 수의계약 남용, 언론을 매개로 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그리고 이를 방치했다는 행정의 책임이 한꺼번에 제기된 이번 사안은 공공계약 제도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공은 이제 행정과 사법당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편, 본보는 이번 사안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입찰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특히, 언론을 빙자한 카르텔로 규정했다. 후속 보도는 해당 업체가 가평군에서 발주한 대형 축제와 용역 계약 실태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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