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소멸의 벼랑 끝, 우리는 왜 아직도 ‘콘크리트’에 목매는가
살을 에는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운 질문이 최근 연천군 의회에서 나왔다. “185억 원짜리 주차타워가 과연 주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공사를 위한 공사인가?” 박영철 군의원의 피켓 시위는 단순한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가 마주한 서글픈 현실이자,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묻는 본질적인 호소였다.
연천군이 추진하는 ‘전곡역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은 겉보기에 화려하다. EBS와 손잡은 키즈 콘텐츠, 주민 숙원인 영화관, 청년 센터까지.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청사진은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장밋빛 계획을 지탱하기 위해 ‘주차타워’에 185억 원이라는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발상에 이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 ‘배보다 배꼽’이 큰 주차타워,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도시재생의 마중물로 주차장 확보가 필요하다는 군의 논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85억 원은 연천군 재정 규모에서 결코 가벼운 숫자가 아니다. 핵심 시설인 ‘전곡 컬쳐스테이션’의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보조할 주차 시설에 막대한 예산을 선투자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다.
과거 수많은 지자체가 국비 공모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거대 시설물을 지었다가, 인구 감소와 운영비 부담으로 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목격했다. 건물을 지으면 사람이 올 것이라는 ‘필드 오브 드림(Field of Dreams)’ 식의 믿음은 지방 소멸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낡은 공식이다.
◇ 185억 원의 기회비용, ‘콘크리트’보다 ‘사람’이 급하다
박영철 의원의 지적처럼, 이 돈의 쓰임새를 다시 생각해 보자. 185억 원이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청년과 신혼부부가 연천에 정착할 수 있는 주거 지원금, 소상공인이 폐업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긴급 경영 자금,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실질적인 보육 예산이 절실하다.
지금 연천에 부족한 것은 주차할 공간이 아니라, 그 주차장을 채울 ‘사람’이다. 인구는 줄고 일자리는 마르는데, 텅 빈 주차타워만 덩그러니 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산 낭비의 기념비가 될 뿐이다. 하드웨어(시설)는 언제든 지을 수 있지만, 떠나간 사람을 되돌리는 데는 몇 배의 비용과 시간이 든다.
◇ ‘보여주기식’ 성과주의를 멈춰라
2027년 완공이라는 타임라인에 쫓겨 충분한 숙의 없이 삽을 떠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거대한 주차타워인지, 아니면 내 삶을 지탱해 줄 피부에 와닿는 지원책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문화의 역(Station)’은 건물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곳을 향유할 시민이 있어야 문화가 싹튼다. 연천군은 “군민의 혈세”라는 무거운 경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소멸해가는 지역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보듬는 ‘사람 냄새나는 행정’이다. 185억 원, 그 막중한 무게를 콘크리트 바닥에 묻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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