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여지는 모든 예산은 군민의 혈세인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연천군 "전곡 컬쳐스테이션 성공 위해 주차장 필수... 주민 숙원사업"
- 박영철 군의원 "인구·일자리 예산도 부족한데... 콘크리트 건립 멈춰야"
- 도시재생의 딜레마: '거점 시설'이냐 '주민 삶의 질'이냐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연천 거리, 박영철 연천군의원의 외침이 적힌 피켓이 유독 선명하다. 연천군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전곡역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이 순항하는 듯했으나, 185억 원 규모의 주차타워 건립을 두고 의회 내부에서 강력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단순한 정책 이견이 아니다. 지방 소멸의 벼랑 끝에 선 연천군이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먼저 써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연천군의 청사진: "EBS와 손잡고 구도심 살린다"
연천군의 계획은 화려하다. 군은 지난 2025년 9월 19일 주민공청회를 열고 전곡역 주변의 대변신을 예고했다. 핵심은 '전곡 컬쳐스테이션'이다.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질 이 건물에는 1~3층에 EBS와 협업한 어린이 놀이시설, 4층에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복합상영관(영화관), 5~6층에는 청년 센터와 숙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전곡4리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마중물 사업"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영화관이 없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했던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군은 이 시설이 완공되면 유동 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4층 5단, 200대 규모의 '전곡역 주차타워'를 함께 짓겠다는 계획이다.
◇ 박영철 의원의 제동: "주객전도 된 예산... 사람에게 써라"
하지만 박영철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전곡역 광장에 185억 원이나 들여 주차타워를 짓는 것은 명백한 혈세 낭비"라며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박 의원이 제시한 피켓 문구는 뼈아프다. 그는 주차타워에 들어갈 185억 원이면 ▲인구 늘리는 정책 ▲일자리 창출 ▲청년과 신혼부부 지원 ▲소상공인 살리기 등 무너져가는 지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 사업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소프트웨어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2027년 완공 목표...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연천군은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 심의를 거쳐 2025년 12월 착공, 202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군은 "주차타워가 있어야 컬쳐스테이션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박 의원은 "텅 빈 주차타워만 남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주차난 해결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람도 없는데 건물만 짓는다고 해결되나, 차라리 현금성 지원을 늘려라"는 목소리가 혼재되어 있다.
◇ '185억'의 무게, 그리고 우선순위
취재 중 만난 한 주민은 "영화관이 생기는 건 좋지만, 주차장 짓는 데 185억 원이라니 감이 안 온다"고 말했다.
박영철 의원의 지적은 지방 소멸 위기를 겪는 모든 지자체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국비 공모사업이라는 명목하에 나중에 유지관리비 폭탄이 될지 모를 거대 시설물을 짓는 것이 능사일까. 아니면 당장 효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옳을까.
'전곡 컬쳐스테이션'이 진정한 '문화의 역(Station)'이 되려면, 그곳에 오는 사람들이 타고 올 자동차를 위한 공간(주차타워)보다, 그곳을 채울 '사람'을 남기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연천군은 "군민의 혈세"라는 박 의원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185억 원의 쓰임새를 다시 한번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건물은 한번 지으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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