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문건 신빙성 담보 못 해”… 가평군 “특정 종교와 무관”
전도 특공대 운영·대규모 동원 문건 공개
행정·정치·시민사회 연결된 점조직 전략 의혹

유엔 사무국 유치를 위한 토론회 장면[자료 출처/가평뉴스방송]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경기 가평군을 종교적 ‘성지’이자 상징적 ‘수도’로 만들기 위해 수년간 조직적으로 활동해 온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가평군청 출신 공직자와 지역 정치인, 지역 언론계가 이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통일교 내부 문건 ‘TM(True Mother·참어머니) 특별보고’에는 통일교가 가평군을 특별교구로 지정한 뒤 전담 전도조직을 운영하며, 행정·정치·시민사회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려 한 정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해당 문건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 핵심 간부들이 한학자 총재에게 보고한 자료로, 분량만 3000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특공대 120명 운영… “가평 인구 10% 축복” 보고
해당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는 가평군을 ‘청심특별교구’로 설정하고,120명 규모의 ‘전도특공대’를 조직해 군 전역을 순회하며 이른바 ‘축복 활동’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2018년 10월 작성된 보고서에서 당시 통일교 제2지구장이었던 황모씨는 “전도특공대가 가평군 전역을 돌며 활동한 결과, 가평 인구의 10%가 이미 축복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또 “가평 인구의 5%에 해당하는 3200명을 80여 대의 버스로 동원해 희망전진대회에 참석시켰다”며“가평은 명실상부한 천일국 수도로서의 환경 창조가 완성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종교 행사 차원을 넘어, 특정 지역을 목표로 한 조직적·집중적 전도 전략이 추진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통일교.[사진/정연수 기자]
종교시설 넘어 교육·의료·부동산까지… 생활권 장악 구조
가평군 설악면 일대에는 천원궁·천승전·천정궁 등 통일교 핵심 종교시설을 비롯해 청심국제중·고교, 청심유치원, 청심평화월드센터, 국제청소년수련원, 파크골프장,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 부흥백화점 등이 밀집해 있다. 북한강 인접 임야와 토지 상당 부분도 통일교 소유로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종교·교육·의료·관광·부동산이 결합된 ‘생활권 통합 구조’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유지 교육하면 지도자 배출”… 정치권 접근 정황
문건에는 지역 정치권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려 한 정황도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2018년 6월 작성된 보고서에서 평화통일가정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윤모씨는 “지역 유지들을 항상 교육해 놓으면 그중에서 모든 국가지도자가 배출된다”며 “가평군수도 평화대사로 3선을 하게 되니 내 형제처럼 반가웠다”고 언급했다.
당시 3선에 성공한 가평군수는 김성기 전 군수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건은 실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역 단체장과의 관계를 정치적 자산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통일교 간부로 알려진 인물들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측 선거캠프에서 각각 활동했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문건과 NGN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 핵심 관계자로 알려진 A씨와 B씨가 각각 보수·진보 진영 선거 현장에서 유세 조직과 실무를 맡은 것으로 의심된다.
이와 함께 민주평통, 주민자치위원회 등 관변·준공공 성격의 단체에도 점조직 형태로 가입해 활동해 왔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가평군 6개 읍·면 곳곳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청년 봉사단체를 구성해 환경정화·봉사활동을 벌여 온 점 역시 장기 침투 전략의 일환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가평군청 사무관 출신 김인권 씨가 유엔사무국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출처/가평뉴스방송]
‘유엔 평화대사’ 명분… 행정·언론 접점 의혹
통일교의 지역 확장 과정에서 ‘유엔 평화대사’라는 명분이 활용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사회에서는 가평군청 출신 공직자 K씨가 관련 조직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지역 언론사 대표가 수년간 관련 협의회장을 맡아 활동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태원 가평군수가 올해 3월 통일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유엔 사무국 유치 동의서 2만1000명도’이들 단체를 통해 취합·전달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행정과 종교단체 간 경계가 흐려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통일교 “문건 신빙성 담보 못 해”… 가평군 “무관”
통일교 측은 해당 문건과 관련해 “일부 내부 자료의 해석을 외부에서 자의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문건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평군 역시 “군정은 특정 종교와 무관하며, 모든 행정은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년에 걸쳐 축적된 내부 문건과 조직 운영 정황, 행정·정치·시민사회 접점 의혹이 동시에 제기되면서,가평군을 둘러싼 ‘종교 영향력의 공적 영역 침투’ 논란은 당분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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