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은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억척 엄마
김희경이 만난사람[6] - 권민정 장마당 순대국 사장

(권민정 사장의 남편 안경훈씨)
예나 지금이나 가릴 것 없이 집안을 일으킬 때는 항상 집안의 태양인 엄마의 존재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속담에도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집안이 흥한다” 는 말로 엄마의 자리가 그 어느 것 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13살 나이, 수줍음을 타기 시작했을 무렵 엄마가 식당 일 하는 것이 안쓰러워 자발적으로 엄마 일을 도와주던 셋째 딸.
당시 엄마는 생활력이 강한 여장부로 식당을 이끌어 갔을 뿐만 아니라 집안 역시 억척엄마로 자식 7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길러냈다.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고 했나? 셋째 딸 역시 엄마를 닮아 생활력이 강한 전사로 거듭나 요리실력을 연마해 드디어 엄마의 식당을 이어받았다.
식당을 이어받기 10여년 전부터 평소 엄마의 용돈은 물론 엄마가 수술 받을 때 역시 아침 저녁으로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엄마는 셋째 딸을 불러놓고 10여년 동안 한결같이 엄마를 위해 보살펴 줘서 고맙다며 가게를 셋째 딸에게 물려주었다.
식당을 이어받은 셋째 딸 권민정 사장은 엄마의 장점에 자신의 장점을 더해 내 몸 돌보지 않고 정성을 쏟아 최고의 식당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순대국 식당을 운영했다.
평상시 엄마에게 “진실되게 음식을 만들라” 고 배운 권사장은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 요리를 했다.
당연히 좋은 재료를 쓰다보니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지출되었다. 그러나 30년 요리 장인의 소신을 저 버릴 수 없어 지금까지 철칙을 고수하고 있다.
좋은 재료를 쓰고 정성껏 손질한 신선한 고기를 쓰니 맛이 좋을 밖에 없었다. 기름기가 없어 맛도 담백한데다 양도 많아 한 번 찾은 손님은 계속 찾는다.
최근에는 가까운 곳은 물론 멀리 타 지방에서도 순대국을 먹으러 올 정도이다. 그야말로 전국구 순대국 식당이 된 것이다.
몰려드는 손님들이 줄을 서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권사장은 그날 받은 고기만 소비하고 고기가 동나면 그날은 문을 닫는다.
먼 길을 달려와 허탕치고 돌아가는 손님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손님들에게 신선한 고기를 깨끗하게 손질해 맛있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권사장.
인터뷰하는 날도 권사장과 남편은 곱창의 기름을 깨끗이 제거하고 있었다. 다른 가게는 기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권사장은 기름을 깨끗하게 손질해서 맛깔나게 순대국을 끓인다.
“저는 정성들여 고기를 손질해서 요리를 하기에 그날 준비한 요리는 거의 다 나가는데 만약 남는 고기가 있으면 모두 버립니다. 그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깨끗이 손질한 맛있는 고기를 버리는 것을 본 직원이 ‘아직 신선한 것을 왜 버리냐’ 고 해도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 원칙이 있었기에 가평의 맛집 청평장마당 순대국 식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소문이 나서 손님은 줄을 섰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언제부터인가 관절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 관절이 오더니 어깨와 목까지 관절이 와서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하소연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고혈압까지 와서 일을 그만두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권사장.
그나마 남편과 아들이 도와줘서 버틴다고 한다. 맛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는 권사장. 새벽 3시에 일어나 일할 준비를 해야 하는 강행군을 보면 결코 쉽지 않은 고행의 길임을 직감할 수 있다.
남편 역시 하루 7시간 정도 쪼그리고 앉아서 꼼꼼하게 고기를 손질을 하다 보니 무릎 관절이 왔단다.
남들은 맛집으로 손님이 줄을 서는 것을 보고 빌딩을 샀네, 집을 샀네 하지만 정작 아직도 지불해야 하는 돈이 있단다.
손님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재료비가 85% 정도 되다 보니 돈을 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돈을 벌려고 했으면 벌써 벌었다고 했다. 가격이 싼 고기를 사서 양을 남들처럼 적게 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30년동안 지켜온 철칙을 바꿀 수가 없다고 한다. 소신과 현실사이의 괴리감이 존재함에도 올곧은 자신의 소신을 지킨 것이다.
“그나마 다른 가게는 손님이 없어서 걱정인데 저희 식당에는 손님이 줄을 서고 있으니 행복한 것이죠.”
아들에게 절대로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더욱 분발하겠다고 말하는 권사장의 얼굴에 희망의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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