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담회 건의만으로는 부족…경기도 지원 규모·투자 시기 구체화해야
-호우피해 추가 복구 127곳·가평~현리 도로·불기고개 확포장 건의
-생명·안전부터 17년 묵은 도로까지…가평 동서 교통축 구축 분수령
22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간담회를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가평군청 영상미디어팀]
지난 22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민선 9기 첫 경기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집중호우 추가 복구비 70억 원과 지방도 364호선 가평~현리 도로건설공사, 지방도 387호선 내방~연하 확·포장공사 등 3개 현안에 대한 지원을 공식 건의했다.
세 사업은 각각 재난 예방, 지역 내부 교통망 확충, 수도권 동북부 연결도로 개선이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가평군의 열악한 재정 여건만으로 추진하기 어렵고, 사업 시행과 예산 편성 권한을 가진 경기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간담회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특히 이번 건의는 단순한 지역개발 요구를 넘어 지난해 집중호우 이후 남은 위험을 해소하고, 수십 년간 단절돼 온 가평지역 동서 교통축을 구축해 주민의 안전과 생활권을 확대하려는 요구로 분석된다. 다만 간담회에서 현안을 전달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 추진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기도가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고 특별조정교부금이나 재난관리기금, 지방도 사업예산에 실제로 반영해야 비로소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 복구계획에서 빠진 산림피해지 127곳…70억 원 확보 ‘최우선’
가평군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제시한 사업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이후 추가로 확인된 산림피해지 복구다. 군은 조종면 마일리 일원을 비롯한 127개소에 산사태 복구와 사방시설 설치 등을 추진하기 위해 경기도에 특별조정교부금 또는 재난관리기금 70억 원을 요청했다.
행정안전부가 확정한 기존 피해복구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지만, 최초 피해조사가 끝난 뒤 추가로 확인된 산림피해지는 정부 복구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 가평군의 설명이다. 이 사업은 훼손된 산림을 원상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산지와 비탈면을 그대로 둘 경우 다시 많은 비가 내릴 때 토사 유출과 추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지가 주택이나 도로, 농경지 또는 하천 상류에 있다면 산림의 작은 붕괴도 하류 마을의 인명·재산 피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피해를 겪은 주민들이 장마와 태풍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70억 원 지원은 신규 개발사업보다 재해 예방과 군민 안전을 위한 후속 복구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적기에 복구하지 못하면 응급조치와 재복구가 반복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다.
서태원 군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가평군의 현안 문제점들을 추미애지사에게 건의했다.
문제는 127개소에 대한 위험도와 사업비 산출 근거다. 경기도의 지원을 끌어내려면 피해지역별 위치와 규모, 붕괴 위험등급, 복구공법, 주택·도로와의 거리, 우선순위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70억 원 전액을 한꺼번에 확보하기 어렵다면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 지원이 늦어질 경우 가평군이 군비를 우선 투입할 수 있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결국 이 사업은 다음 집중호우가 오기 전에 얼마나 신속하게 예산을 확보하고 공사를 시작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 보상 73.8% 하고도 멈춘 가평~현리 도로…17년째 주민만 기다려
두 번째 현안인 지방도 364호선 가평~현리 도로건설공사는 가평읍 두밀리와 조종면 현리를 연결하는 연장 8.5㎞, 왕복 2차로 개설사업이다. 가평군은 산악지형과 북한강으로 인해 지역 내부 생활권이 나뉘어 있다. 가평읍과 조종·상면 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동서축 도로망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가평~현리 도로가 개설되면 가평읍 생활권과 조종·상면 생활권을 잇는 새로운 간선도로가 확보된다. 주민 이동시간 단축뿐 아니라 관광객 분산, 물류 이동 개선, 응급환자 이송과 재난 대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2009년 보상이 시작된 뒤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전체 구간의 73.8%에 대한 보상이 완료됐지만 본격적인 공사는 진척되지 못했다.
이미 상당한 보상이 이뤄진 사업을 계속 지연하면 매입한 토지가 활용되지 못하고, 그동안 투입한 예산과 행정력이 사실상 묶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여 토지 보상비와 공사비가 상승해 경기도의 재정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주민 입장에서는 17년 가까이 기다린 사업이다. 보상까지 진행하고도 도로가 개설되지 않는다면 지방행정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평군이 이번 건의에서 강조해야 할 부분도 단순히 “도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아니다. 보상률이 73.8%에 달해 사업을 계속 미루거나 취소할 때 발생하는 매몰비용과 주민 피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경기도 역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정확한 이유를 주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과 교통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경기도 지방도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인지, 총사업비 증가가 원인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남은 과제는 미보상 구간 26.2%에 대한 보상계획과 총사업비, 연차별 투자계획, 착공·준공 시점을 확정하는 것이다. 환경영향과 절개지 안전, 현재 교통량과 장래 수요 역시 최신 자료를 토대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박영선 도의원(행안위) 역시 서 군수와 정보를 공유하며 경기도를 설득해야 한다.
▣ 불기고개 선형 개선, 관광도로 아닌 ‘주민 생명도로’
세 번째 현안은 지방도 387호선 내방~연하 도로 확·포장공사다.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와 가평군 상면 상동리를 연결하는 불기고개 구간의 굴곡진 선형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불기고개는 가평군 상·조종면과 남양주시 수동면을 연결하는 생활·관광·물류 통로다. 그러나 급경사와 급커브가 이어지는 산악도로여서 겨울철 결빙이나 폭설, 집중호우 때 안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은 관광객 접근성을 높이는 개발사업으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상·조종면 주민들이 남양주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생활도로이자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사업이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도로 선형이 개선되면 차량 통행 안전성이 높아지고 이동시간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농산물과 생산품의 운송 여건이 나아지고, 관광객 접근성과 지역 상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재난이나 대형 교통사고로 기존 도로가 통제될 경우 외부로 연결되는 대체 이동로와 긴급구조 통로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사업은 설계와 중앙투자심사 등 주요 행정절차가 완료됐지만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보상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절차를 마치고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계 결과가 장기간 사장되고 토지가격과 공사비 상승으로 총사업비만 늘어날 수 있다.
가평군은 경기도에 단순한 숙원사업이라는 점뿐 아니라 불기고개의 최근 교통사고 현황, 겨울철 결빙과 제설 실태, 차량 통행량, 도로 통제 사례 등을 제시해야 한다. 객관적인 안전자료가 확보돼야 다른 지방도 사업과의 우선순위 경쟁에서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 ‘건의’보다 중요한 것은 추경·본예산 반영
가평군이 건의한 3개 사업은 우선순위와 추진 방식이 서로 다르다. 집중호우 추가 복구사업은 군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 만큼 가장 시급하다. 재난관리기금이나 특별조정교부금 등을 활용해 위험지역부터 조기에 정비해야 한다.
지방도 364호선 가평~현리 도로는 73.8%의 보상이 완료됐다는 점에서 사업을 계속 지연할수록 행정·재정적 손실이 커진다. 이제는 사업 추진 여부를 분명히 결정하고 구체적인 공사 일정을 제시해야 할 단계다.
지방도 387호선 내방~연하 도로는 설계와 중앙투자심사가 완료된 만큼 경기도의 예산 편성이 보상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생활권 연결과 사고 예방 효과를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이번 간담회의 성과는 서태원 군수가 추미애 지사에게 현안을 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경기도가 어떤 답변과 후속조치를 내놓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특별조정교부금 또는 재난관리기금 70억 원 가운데 얼마가 지원되는지, 지방도 364호선과 387호선 사업비가 경기도 추경이나 본예산에 반영되는지, 연차별 투자계획과 착공 시점이 확정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간담회를 마친 경기도 31개 시장 군수들..
서 군수도 “적극 건의했다”는 발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경기도 담당 부서와 지속해서 협의하고 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까지 대응해 실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업별 추진 상황과 경기도의 답변을 군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추 지사와 경기도 역시 ‘원팀 경기도’를 강조한 만큼 재정자립도가 낮고 각종 규제와 산악지형으로 기반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가평군의 특수성을 정책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이번 건의가 일회성 간담회 자료로 끝날지, 군민 안전과 17년 묵은 교통 숙원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 경기도의 예산 편성과 가평군의 후속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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