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발 속 500만원’ 의혹에는 침묵하더니 도로·고모호수 보도에는 언중위·민형사 대응 예고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백 시장의 조카라고 주장한 백승용씨가 신발속에 돈을 넣어 전달했다고 지인에게 말한 녹취록.[출처/제보자]
백영현 포천시장 측은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제기된 이른바 ‘신발 속 500만원 전달 의혹’ 보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NGN뉴스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본보와 정연수 기자를 상대로 한 구체적인 고소·고발 조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백 시장 친인척으로 알려진 백승용 씨의 토지와 관련한 ‘고모~무봉간 도로확포장공사’ 및 ‘고모호수 관광개발사업’ 보도가 이어지자 이번에는 백 시장 개인이나 백씨가 아니라 포천시가 전면에 나섰다. 포천시는 본보 보도를 “객관적 사실을 왜곡한 보도”, “짜맞추기식 억측”이라고 규정하고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청구와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포천시는 시민 전체를 대표하는 행정기관인가, 아니면 시장과 친인척에게 제기된 의혹을 대신 방어하는 법률대리인인가.
▣ “겁박 말고 고소하라” 했지만 확인된 조치는 없어
본보는 지난 6월 1일 「백영현 후보, 겁박 말고 고소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공개 요청을 통해 백 후보 측에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백 후보 측은 당시 ‘신발 속 500만원 전달 의혹’과 관련해 “사실무근”, “불법 녹취”, “악의적 음해”라고 주장하며 “좌시하지 않겠다”,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허위인지, 녹취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대화가 왜 사실과 다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본보는 보도 내용이 허위라면 추상적인 경고를 반복하지 말고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받으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허위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면 법적 책임을 실제로 물어 사실관계를 검증받으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백 시장 측은 하겠다는 법적 조치는 하지 않은 채 본보 보도를 ‘정치 공작’과 ‘악의적 음해’로 규정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시장 친인척의 토지와 공공사업의 연관성을 검증한 보도에는 포천시가 직접 나서 언론중재와 소송을 예고했다. 이러한 대응은 의혹 해소보다 행정력을 동원한 언론 압박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 본보는 ‘기존 진입로 이설’이라는 포천시 설명도 보도했다
포천시는 고모~무봉간 도로사업이 2017년부터 추진된 공익사업이고, 백씨가 고모리 703번지 일대 토지를 처음 매입한 시점은 2009년이므로 특혜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보가 제기한 핵심은 단순히 “2009년 토지를 샀고, 2017년 도로사업이 시작됐다”는 시간적 선후관계만이 아니다.
본보가 확보한 등기자료 등을 토대로 확인한 취재 대상에는 백씨와 가족·법인 관계자 등이 2022년과 2025년 전후 추가로 취득한 고모저수지 인근 토지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포천시가 2009년 최초 취득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최근 수년간의 토지 취득 경위와 개발사업 사이의 관계에 관한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진입도로 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본보는 포천시 도로시설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사 과정에서 기존 통행로가 편입돼 이를 이설한 것”이라는 포천시의 설명을 기사에 인용했다. 시의 해명을 배제하거나 숨긴 채 일방적으로 특혜를 단정한 것이 아니다.
공사비와 관련해서는 취재 당시 담당 팀장에게 비용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에 본보는 종합건설사 두 곳에 현장 여건을 토대로 비용 추정을 의뢰했고, 약 1억원 안팎이라는 추정치를 보도했다. 이후 포천시 담당 팀장은 실제 투입액이 5천여만원이라고 알려왔으며, 본보는 이를 후속 보도에 반영했다. 포천시는 최종적으로 총공사비가 약 5천900만원이라고 밝혔다.
추정 보도와 사후 확인된 실제 집행액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 경위와 산출 근거를 독자에게 설명하고 바로잡아 가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그러나 취재 당시 답변하지 않았던 행정기관이 뒤늦게 자료를 제시한 뒤 최초 추정치만 떼어내 “공사비 부풀리기”라고 공격하는 것 역시 공정한 태도인지 따져봐야 한다.
▣ 쟁점은 ‘이설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필요했느냐’다
포천시는 해당 공사를 법정 절차에 따른 기존 통행로 이설과 안전 확보 조치라고 설명한다. 본보가 검증을 요구한 것은 기존 통행로가 있었는지 자체가 아니다. 기존 진입로의 위치와 폭, 포천시가 협의 취득한 토지의 범위, 새로 조성된 도로와 옹벽·포장·안전시설의 규모, 해당 시설이 원상회복에 필요한 수준이었는지가 핵심이다.
▣ 고모호수 개발도 ‘적법 절차’만으로 의문이 끝나지 않는다
포천시는 고모호수 관광개발사업이 백 시장 취임 전부터 검토됐고, 토지거래계약 해제 역시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특혜 주장을 부인했다. 본보 역시 사업의 절차가 불법이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보도의 핵심은 대규모 공공개발사업 예정지 주변에서 시장 친인척으로 알려진 인물과 가족·법인 관계자들의 토지 취득이 이어졌다면 그 시기와 경위, 개발계획 인지 가능성, 행정 의사결정 과정 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행정행위가 형식적으로 적법하다는 사실과 이해충돌 또는 특혜 가능성에 관한 언론의 검증은 서로 다른 문제다. 법정 절차를 거쳤다는 설명만으로 공익적 의문 제기까지 ‘허위’나 ‘억측’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 시장 개인과 친인척 의혹에 시민 세금 투입하나
포천시가 언론중재위 절차나 소송에 나선다면 먼저 밝혀야 할 사항이 있다. 법적 대응의 주체가 포천시인지, 백영현 시장 개인인지, 토지 소유자인 백씨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대응 비용을 포천시 예산으로 부담하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보도로 인해 포천시의 행정적 명예나 업무 신뢰가 훼손됐다고 판단해 대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장 개인이나 친인척에게 제기된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시민의 세금과 행정조직을 동원한다면 그 적절성은 별도의 감시 대상이 된다.
특히 포천시 보도자료에 사용된 “짜맞추기식 억측” 등의 표현은 객관적인 행정 설명이라기보다 당사자의 감정적 반박에 가깝다. 공공기관이 비판 언론을 상대로 이러한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본보는 포천시가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다. 취재자료와 인터뷰 경위, 등기자료, 기사 작성 과정, 포천시의 답변 녹취 등 후속 반영 경위를 근거로 대응할 것이다. 다만 법적 대응을 언론에 대한 경고 수단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백영현 시장 측은 선거 당시 제기된 ‘신발 속 500만원 전달 의혹’ 보도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제는 도로와 고모호수 개발 의혹 보도에 대해 포천시가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하겠다는 고소는 하지 않으면서 시민의 행정기관을 앞세워 언론을 압박한다는 인상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언론을 겁박한다고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포천시가 해야 할 일은 경고문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백영현 시장 개인·친인척 관련 의혹에 행정기관이 전면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지부터 밝혀야 한다. 진실은 경고의 강도가 아니라 증거로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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