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은 기타부지 임대료 받았지만, 농지법상 합법 사용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
이재명 정부의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가평 북한강변 수변구역 캠핑장과 글램핑장들이 잇따라 원상복구 대상에 오르고 있다. 특히 수년간 한국전력공사(한전) 소유 부지를 임차해 영업해 온 사업자들이 갑작스러운 원상복구 명령을 받으면서 집단 반발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한전의 임대 기준'과 '농지법'은 서로 다른 제도라는 점이다. 사업자들은 한전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기타부지' 용도로 임대받아 기존 농지 임대료보다 10배 이상 비싼 사용료를 내며 영업을 해왔다. 일부는 "한전이 기타부지로 변경해 줬기 때문에 당연히 캠핑장 운영도 가능한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가장 큰 오해였다. 한전은 단지 자사 소유 토지의 임대료를 '기타부지' 기준으로 산정했을 뿐, 농지법상 적법한 토지 이용을 허가하거나 보장할 권한은 없다. 즉, 한전이 임대료를 올려 받았다고 해서 해당 토지가 농지법상 합법적으로 전용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로 해당 토지의 지목은 지금도 대부분 '전'이나 '답'으로 남아 있다. 농지법상 농지를 캠핑장이나 글램핑장, 주차장 등으로 사용하려면 농지전용 허가나 협의 등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허가 면적보다 호가장해 전용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일부 업장은 지목이 농지인 상태에서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원상복구 대상이 된다.
가평군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전 임대료 문제는 한전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 문제일 뿐"이라며 "지목이 농지라면 농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행정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농지에서 영업하면 된다더니"…사업자들 혼란
한 사업자는 "20년 가까이 한전 땅을 임차했고 농사용일 때는 연간 20여만원을 냈지만 캠핑장을 운영하면서 기타부지로 변경돼 지금은 연 34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며 "한전에서도 현장을 여러 차례 확인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복토도 하고 파쇄석도 깔고 주차장도 만들고 글램핑장도 운영했는데 갑자기 농지니까 모두 철거하라고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판단은 달랐다. 민원이 접수된 뒤 현장조사 결과 농지를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고, 최고장까지 발부됐다. 결국 해당 사업자는 장비를 동원해 시설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 "특정 업체 단속 아니다"...전국 농지 전수조사 영향
가평군은 이번 조치가 특정 업체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군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 사항에 대해서는 농지법에 따라 행정조치를 한 것"이라며 "현재는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농지 이용실태 전수조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항공사진과 AI 분석, 드론 등을 활용해 농지 이용실태를 조사한 뒤 현장 확인을 거쳐 불법 전용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가평군 역시 7월 말까지 기본조사를 마친 뒤 연말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민원이 없었던 곳이라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 '북한강변 전체로 확산되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업자들은 "가평지역 한전 임대부지가 18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숫자는 한전이 공식 확인한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 사이에서 알려진 규모다. 가평군 역시 "현재 몇 곳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전수조사가 끝나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북한강 수변구역 캠핑장과 글램핑장 상당수가 원상복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 결국 문제는 '행정의 사각지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불법 캠핑장 문제가 아니다. 사업자들은 한전이 기타부지 임대료를 받았고 오랜 기간 별다른 제재가 없었던 만큼 적법한 영업으로 인식했다. 반면 행정기관은 "임대계약과 농지법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결국 한전은 임대료를 받았고, 지자체는 농지법을 적용했으며, 사업자는 그 사이에서 합법이라고 믿고 투자한 뒤 뒤늦게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셈이다.
법적으로는 농지법 적용이 우선하지만, 수년간 이어진 공공기관의 임대 방식과 관리체계가 사업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제도적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가평 사례는 이재명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가 농지 투기 근절이라는 정책 목표를 넘어,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묵인돼 온 농지 이용 실태를 한꺼번에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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