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가평군에서 열린 6·25전쟁 제76주년 기념행사.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엄숙한 자리였다. 그런데 행사장 한편에서 또 다른 모습이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통일교 '효정봉사단' 소속 30여 명이 같은 조끼를 입고 단체로 참석한 것이다. 행사 종료 후에는 기념촬영까지 이어졌다. 봉사활동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이들이 별도로 맡아 수행한 봉사활동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안내나 질서유지, 급식 지원 등 대규모 봉사 인력이 필요한 행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단체복을 입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지역사회에 또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가 여기 있다." 문제는 지금 가평의 정치적 상황이다.
가평은 전국에서 통일교와 가장 밀접한 지역으로 정치권에서 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MBC PD수첩과 뉴스타파가 잇따라 서태원 군수와 통일교의 관계를 집중 보도했다.
지난 6.3 지방 선거 당시 통일교 관련 단체 간담회 참석, 공직 재직 시절 통일교 개발사업 지원 취지 발언, 군수 취임 이후 각종 통일교 행사 참석과 축사, 천원궁 개발과 연계된 행정 지원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서 군수는 "특정 종교와 유착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선거 때마다 통일교 문제는 단골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논란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특히 NGN뉴스가 단독 보도한 북한강 천년뱃길 조성사업에 가평군이 150억 원을 지원한 사실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방자치단체가 특정종교단체의 핵심 관광사업에 150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원하는 사례는 전례가 없다. 물론 투자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의 성격과 규모, 그리고 해당 종교단체와 지방자치단체장의 관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군민과 정치권이 이를 단순한 '상생'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민감한 시점에 통일교 계열 봉사단체가 기념행사(위령탑 참배 등)마다 수십 명씩 단체복을 입고 참석하는 모습은 불필요한 오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효정봉사단 입장에서는 "우리는 봉사하러 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봉사는 굳이 단체를 알리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조용할수록 더 큰 존경을 받는다. 반대로 지금처럼 단체복을 입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봉사보다 '존재감 과시'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가평군은 지금 통일교와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정치권은 더욱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제지하면 종교 탄압이라는 논란이 뒤따르고, 그대로 두면 또 다른 정치적 해석을 낳는다. 결국 피해는 지역사회가 떠안는다. 봉사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지 특정 단체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념 행사가 끝나자 '효정봉사단'은 현 가평군재향군인회장과 전 회장 등과 기념촬용을 했다.[사진 정연수 기자]
특히 6·25전쟁 기념식과 같은 국가기념행사는 더욱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집단행동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배려하는 절제된 봉사다. 그것이 오히려 봉사의 가치를 높이고, 불필요한 정교유착 논란을 키우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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