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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입술을 닮은 양귀비, 그리고 바람에 실려온 소망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6.08 09:45
  • 조회수 7,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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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러풀 가든 꽃 페스타'…자라섬 남도는 지금 붉은 꿈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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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남도 '꽃 양귀비 군락' [사진/정연수 기자]

 

초여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자라섬 남도. 강물 위를 스치는 바람은 꽃향기를 머금고 천천히 걸어온다. 그 바람이 닿는 곳마다 붉은 양귀비가 고개를 흔들며 여행객들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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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수만 개의 붉은 입술이 한꺼번에 미소 짓는 듯하다. 오는 14일까지 이어지는 '컬러풀 가든 꽃 페스타'의 주인공은 단연 양귀비다. 남도의 들판을 가득 채운 붉은 꽃물결은 한 폭의 수채화를 넘어 한 편의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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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의 꽃말은 '위로', '약속', 그리고 '덧없는 사랑'.

 

하지만 이날 자라섬 남도에서 만난 양귀비는 사랑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꽃길 한쪽에는 관광객들이 자신의 소망을 적어 매달아 놓은 형형색색의 리본들이 바람결에 춤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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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잠시 그들의 소망을 몰래 훔쳐보았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역시 가족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아픈 엄마가 빨리 낫게 해주세요." "손주들이 행복하게 자라길."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간절한 소망.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었다. 결국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 앞에서 가장 진솔해진다.

 

어느 리본에는 이런 글도 적혀 있었다. "아들이 장가가서 며느리 좀 보게 해주세요." 읽는 순간 절로 미소가 번졌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소박한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다른 리본에는 조금 더 큰 세상을 향한 기도가 적혀 있었다."편견 없는 사회가 되기를." 짧은 문장이었지만 묵직했다. 누군가는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시험 합격을 바라고 있었다.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 "꿈꾸던 대학에 가게 해주세요." "취업 성공!"리본은 달랐지만 마음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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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 더 행복한 삶을 향한 간절함. 그 소망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있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자라섬 남도의 양귀비는 단순히 꽃을 피운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꿈을 피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가족의 건강을 빌었고, 누군가는 사랑을 꿈꿨으며, 누군가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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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은 끝이 없다. 리본의 색깔만큼 다양하고, 양귀비 꽃잎 수만큼 많다. 그러나 그 모든 소망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자라섬 남도의 붉은 양귀비는 오늘도 말없이 그 소망들을 품고 있다. 그리고 바람은 그 소망들을 하늘로 실어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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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언젠가 지겠지만, 그날 이곳에서 적어 내려간 소망만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을 것이다. 붉게 물든 자라섬 남도. 그곳에는 지금 꽃보다 아름다운 꿈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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