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러풀 가든 꽃 페스타'…자라섬 남도는 지금 붉은 꿈을 피우고 있다
자라섬 남도 '꽃 양귀비 군락' [사진/정연수 기자]
초여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자라섬 남도. 강물 위를 스치는 바람은 꽃향기를 머금고 천천히 걸어온다. 그 바람이 닿는 곳마다 붉은 양귀비가 고개를 흔들며 여행객들을 반긴다.
마치 수만 개의 붉은 입술이 한꺼번에 미소 짓는 듯하다. 오는 14일까지 이어지는 '컬러풀 가든 꽃 페스타'의 주인공은 단연 양귀비다. 남도의 들판을 가득 채운 붉은 꽃물결은 한 폭의 수채화를 넘어 한 편의 시가 된다.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 '약속', 그리고 '덧없는 사랑'.
하지만 이날 자라섬 남도에서 만난 양귀비는 사랑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꽃길 한쪽에는 관광객들이 자신의 소망을 적어 매달아 놓은 형형색색의 리본들이 바람결에 춤추고 있었다.
기자는 잠시 그들의 소망을 몰래 훔쳐보았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역시 가족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아픈 엄마가 빨리 낫게 해주세요." "손주들이 행복하게 자라길."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간절한 소망.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었다. 결국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 앞에서 가장 진솔해진다.
어느 리본에는 이런 글도 적혀 있었다. "아들이 장가가서 며느리 좀 보게 해주세요." 읽는 순간 절로 미소가 번졌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소박한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 다른 리본에는 조금 더 큰 세상을 향한 기도가 적혀 있었다."편견 없는 사회가 되기를." 짧은 문장이었지만 묵직했다. 누군가는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시험 합격을 바라고 있었다.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 "꿈꾸던 대학에 가게 해주세요." "취업 성공!"리본은 달랐지만 마음은 같았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 더 행복한 삶을 향한 간절함. 그 소망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있었다.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자라섬 남도의 양귀비는 단순히 꽃을 피운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꿈을 피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가족의 건강을 빌었고, 누군가는 사랑을 꿈꿨으며, 누군가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망은 끝이 없다. 리본의 색깔만큼 다양하고, 양귀비 꽃잎 수만큼 많다. 그러나 그 모든 소망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자라섬 남도의 붉은 양귀비는 오늘도 말없이 그 소망들을 품고 있다. 그리고 바람은 그 소망들을 하늘로 실어 나른다.
꽃은 언젠가 지겠지만, 그날 이곳에서 적어 내려간 소망만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을 것이다. 붉게 물든 자라섬 남도. 그곳에는 지금 꽃보다 아름다운 꿈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BEST 뉴스
-
[단독]성폭행 고소 되레 ‘무고’ 판단…경찰,가평군의원 A씨 검찰 송치
과거 한 남성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가평군의회 A 의원이 이번에는 무고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믿을 만한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A 의원에 대한 무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의원은 지난 2021년 B씨... -
예견된 이사장 공석, 왜 늑장 인선했나…‘특정 퇴직 서기관 맞춤형 인사’ 의혹
-취업제한은 2027년 6월까지…두 달 늦춘다고 제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 -가평군, 지연 사유·후보 접촉 여부·취업심사 진행 상황 투명하게 밝혀야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자리가 후임자 선임도 없이 공석으로 방치되면서 가평군의 늑장 인사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임... -
[단독]시설공단 이사장 공모에 불거진 ‘모계 8촌설’…가평 술렁
-지원자 9명,서 군수 선거캠프 선대본부장 출신도 포함 -친족관계만으로 내정 단정 못 해…“심사·추천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가평군청 외경.[드론/정연수 기자]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공개모집을 둘러싸고 서태원 가평군수와 공모에 지원한 김구태 전 가평군 서기관이 모계 ... -
[집중취재/물 위에 세운 파크골프장①] 6개 읍·면에 160억…가평군은 왜 하천으로 몰렸나
본보는 가평군을 비롯한 경기북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파크골프장 건설 실태를 점검하고, 하천부지 침수 위험과 반복 복구비, 환경 훼손 및 중복투자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3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편집자 주- -대성리 기존 36홀 인근에 54홀 추가…청평 생활권에 총 90홀 -가평읍 달전리에도 2... -
[현장 르포] ‘경자유전’ 칼바람에 얼어붙은 농촌 부동산…가평 개발경제가 멈췄다
-설악면 외지인 소유 농지 ‘반값 매물’까지 등장했지만 거래 절벽 -중장비·주유소·철물점·식당으로 불황 확산…경기북부 농촌경제 ‘도미노 위기’ 경기 가평군 설악면의 농지. 이 땅은 서울에 거주하는 최 모씨가 세컨하우스를 짓기 위해 3년 전 매입했다. 그런데 농지 전수 조사가 시작되면서 매... -
"측근일수록 권력에서 한 걸음 더 물러서야 한다"
권력의 곁에는 언제나 ‘측근’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선거철 후보자의 옷깃만 스쳐도 측근을 자처하고, 유세장을 따라다닌 인연은 어느새 ‘성골’과 ‘진골’을 가르는 훈장처럼 포장된다. 선거가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논공행상’이라는 낡고 불편한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26일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공개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