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 포천의 한 간담회장. 서툰 한국말이 조심스럽게 이어질 때마다 곳곳에서 작은 웃음과 고개 끄덕임이 흘러나왔다. 누군가는 메모를 들여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고, 또 다른 이는 통역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또렷하고 진지했다. “우리도… 포천 시민입니다.” 짧고 서툰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수년간 이 도시에서 살아온 시간과 삶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윤국 포천시장 후보가 이날 마련한 외국인 주민·다문화가정 간담회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약 90분 동안 이어졌다. 늦은 밤이 가까워졌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참석자들의 표정은 더 간절해졌고,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쏟아져 나왔다.
포천은 이미 ‘외국인 주민 1만 명 시대’에 들어선 도시다. 농업과 제조업, 건설현장과 서비스업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네팔, 필리핀, 태국, 중국, 우즈베키스탄 출신 주민들은 어느새 포천의 이웃이 되었고, 일부는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십수 년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박윤국 후보와 외국인 주민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박 후보는 민선 시장 재임 시절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주민들을 꾸준히 만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참석자들이 서툰 한국말로 어렵게 말을 꺼내도 대부분의 내용을 금세 이해했고, 때로는 통역을 대신하듯 참석자들의 뜻을 정리해 주변에 설명하기도 했다.
한 외국인 참석자가 단어를 찾지 못해 머뭇거리자 박 후보가 먼저 “임금 못 받은 이야기죠?”라고 되묻자, 참석자는 환하게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참석자가 아이 학교생활 문제를 서툰 표현으로 설명하자 박 후보는 “학교 적응과 언어 문제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이야기”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간담회장 곳곳에서는 “시장님 오랜만이다”, “그때 도와줘서 고마웠다”는 말도 들려왔다. 일부 외국인 주민들은 박 후보를 스스럼없이 형이나 삼촌 대하듯 말을 건넸고, 박 후보 역시 이름을 기억하며 안부를 묻는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포천에 정착해 살아온 외국인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박 후보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 낯선 정치인과 주민의 관계라기보다, 같은 동네에서 오랫동안 얼굴을 마주해온 이웃 같은 분위기에 가까웠다.
캄보디아 출신으로 15년째 포천에 살고 있다는 한 남성은 한참 동안 말을 고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돈… 못 받아도… 어디 가야 하는지 몰라요.” 그는 임금체불을 당해도 신고 방법조차 몰라 참고 넘어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말을 마친 뒤 그는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했지만, 오히려 간담회장 안에서는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 학부모는 아이 이야기를 하다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 학교에서… 말 못해서… 친구들하고 잘 못 어울려요.” 그는 “부모도 한국말이 부족해 학교 상담이 어렵다”며 방과후 교육과 상담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다른 참석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문제뿐 아니라 주거 불안, 의료 접근성, 언어 장벽, 다문화 자녀 교육 문제까지 다양한 현실적 어려움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병원에 가도 설명을 잘 못 알아듣는다”, “계약서를 읽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느낄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불만만은 아니었다. “포천 좋아요.” “여기서 오래 살고 싶어요.”“아이도 포천 사람입니다.” 짧은 한국말 속에서도 포천을 향한 애정은 분명히 느껴졌다. 간담회장 한쪽에서는 참석자들이 서로의 말을 통역해주고, 어색한 발음에 웃으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도 이어졌다. 피부색과 국적은 달랐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 같은 지역 공동체 구성원처럼 보였다.
박윤국 후보와 동석한 도의원.기초의원후보들도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메모하며 끝까지 경청했다. 박 후보는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정 역시 포천 공동체를 함께 지탱하는 중요한 시민”이라며 “행정이 먼저 다가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낮추고 노동·주거·의료·교육 문제까지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주민도 차별 없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포천을 만들겠다”며 “오늘 나온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가 끝난 시간은 밤이 깊어가던 시각이었다. 하지만 자리를 나서는 외국인 주민들의 표정은 조금 달라 보였다. 누군가는 박 후보와 사진을 찍었고, 누군가는 연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서툰 발음으로 “감사합니다”를 말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언어는 서툴렀지만, 그날 밤만큼은 그들의 눈빛이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리고 그 눈빛은 어쩌면 “우리도 이 도시의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가장 진솔한 메시지였는지도 모른다.
BEST 뉴스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서태원 가평군수 재산 15억[공시지가]…토지만 32필지·8억8700만원
서태원 경기 가평군수가 올해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15억1,219만7천원의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토지다. 서 군수는 논과 밭, 대지, 임야, 과수원 등 모두 32필지를 본인 명의로 신고했다. 신고가액만 8억8,699만3천원으로 전체 신고재산의 약 58.7%에 해당한다. &nbs... -
백영현 포천시장 재산 29억9천만원…1년 새 2억8천만원 늘었다
백영현 포천시장이 29억9,326만2천원의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 신고액 27억765만원보다 2억8,561만2천원 증가한 규모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6년도 정기재산변동사항을 보면 백 시장은 경기도 31개 시장·군수 가운데 신고재산 규모가 세 번째로 많았다. 도내 시장·군수 평균 재산 16억... -
한기호(국민의힘) 대폭발 "입만 나불거리지 마라!" 부상자 은폐·축소 의혹
[질의 응답] 한기호/지금 환자 얘기해 볼까요. 지금까지 거론되는 것이 2명만 얘기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2명이 아니잖아요. 근데 2명이라고만 얘기하죠. 축소하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 변명만 하는 자리가 된... -
문세광의 사형전 최후발언 공개
"일본에서 그들에게 속았습니다" 육영수 여사 살해범 문세광의 마지막 고백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육영수 여사를 살해한 문세광의 사형 전 최후 진술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나는 바보였습니다... 저들에게 속아서 과오를 범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 -
군부대 나가라면서 땅은 넘겨준다? 포천시의 앞뒤 안 맞는 행정
제196회 포천시의회 정례회서 윤경례 의원이 백영현 시장에게 요구한 네가지...옛 6군단 시유지 맞교환 전면 재검토 촉구 군부대에는 나가라고 하면서 그 군부대가 계속 사용할 땅은 아예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앞뒤가 맞는 행정인가. 포천시가 추진하는 옛 6군단 부지의 시유지 맞교환을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