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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6·3 지방선거 현장을 가다] “허리 굽힌 만큼 표가 된다”…산골 누비는 가평 기초의원 후보들의 하루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5.08 11:34
  • 조회수 19,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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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기초의원 후보(다 선거구=상.조종)들이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 가평군 곳곳에서는 기초의원 후보들의 ‘발품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7명(비례대표 포함)의 군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은 하루라도 더 많은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숨 가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3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가평군 다선거구(상면·조종면)는 말 그대로 ‘산골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양재성 후보와 국민의힘 유재혁 후보(기호 가번), 이진옥 후보(기호 나번)는 매일 새벽 출근길 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5시30분. 조종면 한 교차로 앞에는 형광 점퍼를 입은 후보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손에는 명함이 들려 있고 얼굴에는 밤잠을 줄인 피곤함이 묻어나지만, 차량 한 대라도 더 바라보기 위해 연신 허리를 숙인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열심히 하겠습니다.”“꼭 기억해주십시오.”신호가 바뀔 때마다 고개는 다시 숙여진다.

 

출근 차량이 몰리는 2시간 동안 허리를 수백 번 굽힌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많이 숙여야 당선된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지만, 실제 그들의 절박한 마음이기도 하다.

 

출근 인사가 끝났다고 하루 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전이 되면 후보들은 곧장 산골 마을로 향한다. 가평 특성상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고 고령층 비율도 높아 직접 찾아다니지 않으면 얼굴 알리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산길을 따라 마을회관과 경로당, 작은 상점들을 쉼 없이 돈다. “아이고 또 왔네.” “밥은 먹고 다녀?” 어르신들의 짧은 인사에도 후보들은 연신 두 손을 모은다. 명함 한 장을 더 건네고, 손 한 번이라도 더 잡기 위해 걸음을 멈춘다.

 

하지만 선거철의 계절은 동시에 관광철이기도 하다. 초여름으로 접어든 마을엔 관광버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후보들은 이 시간마저 놓치지 않는다. 이른 새벽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는 장소 앞에서도 후보들은 줄지어 선다. “잘 다녀오십시오.”“후보 ○○○입니다.” “우리 동네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버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허리를 숙인다. 관광객이 지역 유권자가 아닌 경우도 적지 않지만, 후보들에게는 지나가는 사람 한 명조차 소홀히 할 수 없는 존재다.

 

선거판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정보전’에서도 치열하다. 어느 후보가 어떤 조직과 움직이는지, 어느 마을에서 관광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는지, 각종 행사와 모임은 언제 열리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이어진다.

 

“오늘은 어디를 먼저 가야 사람이 많다더라.” “몇 시 전에 가야 자리 선점할 수 있다.”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울린다. 유권자가 모이는 장소와 시간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사실상 또 다른 선거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보들의 표정도 점점 굳어진다. 결선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작은 표 하나가 더욱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는 산야와 초여름 햇살 속에서도 후보들은 계절의 변화를 느낄 틈이 없다. 

 

누가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인사하고, 더 오래 허리를 숙였는지가 결국 표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가평의 산골 마을을 누비는 후보들의 하루는 오늘도 그렇게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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