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연천, 기회발전특구 문턱에서 멈춘 이유
김덕현 연천군수가 방송에 출연해 연천군의 현안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있다.[출처/SBS갈무리]
경기도 최북단 접경지역 연천군의 시간은 늘 느리게 흘러왔다. 한반도 분단 이후 70여 년 동안 이 지역은 국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규제를 감내해야 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 제한, 산업 기반 부재. 지역의 성장 가능성은 번번이 국가 안보라는 거대한 논리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럼에도 연천은 묵묵히 버텨왔다.
그러나 지금 연천군이 느끼는 좌절은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안보 때문도, 자연 환경 때문도 아니다. 단지 ‘수도권’이라는 행정적 굴레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기회발전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 투자와 세제 혜택을 결합해 지역에 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미 전국 55개 특구가 지정되며 약 33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연천군 역시 인구 감소 지역이자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2023년 국회 수정 의결을 통해 특구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신청 대상은 됐지만 신청은 할 수 없다. 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을 위한 신청 지침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모순은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최근 국정 기조에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을, 비수도권보다 인구감소지역을 우대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연천은 그 어떤 우대도 받지 못한다. 비수도권은 특구 지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연천은 ‘수도권’이라는 이유 하나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결국 연천은 두 개의 구조 사이에서 끼어버렸다. 수도권이라 지원 대상이 아니고 인구감소지역이라도 수도권이라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균형발전 정책의 역설이다. 연천은 결코 수도권의 중심 도시가 아니다. 서울에서 불과 70km 떨어져 있지만 경제 구조는 사실상 농촌형 접경지역에 가깝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인구는 줄어들고 산업 기반은 약하다. 지역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산업 유치다. 기회발전특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천군이 최근 국회 기자회견과 산업통상자원부 방문을 통해 ‘수도권 인구감소지역 기회발전특구 신청 지침’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책에서 제외하지 말라”는 최소한의 형평성 요구다. 연천은 수십 년 동안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지역이다. 국가 정책의 이름으로 개발이 제한됐고 경제 기반이 약해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가 정책이 그 희생을 보상할 차례다.
균형발전은 지리적 구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가 아니라 어디가 더 절박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연천처럼 인구가 줄고 산업이 없는 접경지역이 정책의 문턱에서 멈춰선다면 균형발전은 또 하나의 구호로 남게 될 것이다. 지금 연천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단지 “신청할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그 기회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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