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상수도 보급률이 99%를 넘어서고 농어촌 지역조차 96%를 상회하는 시대지만, 북한강을 곁에 둔 가평군 설악면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서 있다.
가평군 전체 보급률이 56%인 것도 뼈아픈 현실인데, 설악면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대에 머물러 있다.
인구 1만 명 중 수돗물을 누리는 주민이 고작 2천 명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수도권 식수원을 지키느라 정작 주민들은 목마름을 견뎌야 했던 설악의 소외된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설악면 물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정수장 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최근 설악정수장이 하루 2,000톤에서 4,000톤 규모로 두 배나 시설을 증설했지만, 정작 물을 끌어올 ‘취수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는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
현재 설악정수장은 미원천과 창의천 같은 작은 하천에 취수를 의존하고 있다.
유량이 적은 소하천의 특성상 갈수기에는 물 확보 자체가 어렵고, 결국 시설은 커졌어도 주민들에게 돌아갈 물의 양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북한강이라는 거대한 수자원이 바로 옆에 흐르고 있음에도 그 물이 설악 주민들의 생활용수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은 행정의 명백한 모순이다.
수도권 시민의 맑은 물을 위해 각종 중첩 규제를 감내하며 강을 지켜온 이들이, 정작 그 물에서 가장 소외되고 있는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상수도는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정주 환경과 지역 발전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 없이는 설악의 미래도, 주민의 삶의 질 개선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제 설악면의 상수도 문제는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
정수장 시설 확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북한강 수계를 직접 활용하는 취수 방식의 혁신이나 광역상수도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수원을 확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와 당당히 협상하여 국가 차원의 인프라 투자를 이끌어내고, 설악의 물 문제를 국책 사업 수준의 비중으로 다루어야 한다.
설악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단한 특혜가 아니라, 남들처럼 평범하게 수돗물을 사용하는 안정적인 일상이다. 물이 넘치는 고장에서 주민들이 물 걱정을 해야 하는 이 비정상적인 구조를 바로잡는 것, 그것이 지방 행정이 응답해야 할 가장 시급한 책임이다. 이제 북한강의 물이 설악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민들의 가정마다 힘차게 흐를 수 있도록 정책의 물길을 완전히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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