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탄핵 도화선 된 '세월호 7시간 판박이'

지난 9일 오전 11시 4분, 경기 가평군 조종면 민가 인근 300m 지점에 육군 소속 AH-1S 코브라 헬기가 추락했다. 굉음과 함께 피어오른 연기는 평온하던 일상을 순식간에 멈춰 세웠고, 탑승 조종사 2명은 끝내 숨졌다. 지역사회는 충격과 애도 속에 빠졌다.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분명하다. 현장을 신속히 찾는 상징적·실질적 지휘, 주민 불안에 대한 즉각적 해소, 그리고 희생자에 대한 예우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둘러싼 서태원 가평군수의 행보는 ‘안전 컨트롤타워’의 존재감을 묻게 한다.
■ 사고 7시간 뒤 현장 도착…“기존 일정” 해명
사고 당일 서 군수의 현장 도착은 발생 약 7시간 뒤인 오후 5시 30분경이다. 군 측은 "내부 회의 및 기확정 일정"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시장·군수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다. 민가 인접 지역에서의 항공기 추락은 2차 폭발, 유류 유출 등 추가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실무 대응은 군과 소방이 맡는다. 그러나 재난 대응의 핵심은 기술적 수습만이 아니다. 주민이 체감하는 ‘지휘의 존재’가 곧 신뢰다. 행정 수장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불안은 증폭되고, 그 공백은 설명으로 메워지지 않는다.
■ 영결식에도 불참, 대신 군수실 일정 엇갈린 우선순위
논란은 12일 영결식 당일 행보로 이어졌다. 서 군수는 이날 군수실에서 성금 전달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지역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 일정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관내에서 발생한 군 장병 순직 사고의 영결식과 겹친 선택은 정무적 판단의 문제로 남는다.
가평은 군사시설이 밀집한 접경 인접 지역이다. 지역사회와 군의 협력은 일상적 과제다. 그런 맥락에서 희생 장병을 배웅하는 자리에 지자체장이 함께하는 모습은 의전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최근 각종 행사에는 적극 참석해 온 행보와 대비되며 지역 일각에서 “위기 현장보다 행사장이 우선이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일정 조율 문제로 축소한다면, 재난 대응 체계의 근본적 점검은 요원하다. 최소한 세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첫째, 재난 발생 시 단체장 동선을 ‘현장 우선’으로 자동 전환하는 내부 프로토콜의 명문화다. 둘째, 군 밀집 지역 특성을 반영한 민·관·군 통합 예우 기준의 제도화다. 셋째, 해명이 아닌 직접 소명이다. 유가족과 주민을 향한 공개적 설명과 책임 인식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순직 조종사 영결식이 진행된 그 시각, 서태원 군수는 다른 곳에 있었다. 누구를 향한 하트인가?[출처/가평군청]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는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데 있다. 재난의 순간, ‘컨트롤타워’는 건물 안이 아니라 현장에 있어야 한다. 이번 7시간의 공백과 영결식의 빈자리가 남긴 질문에, 가평군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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