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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경수] 얼음 위에서 배운 행정, 멈춰 선 강 위에서 떠올린 질문...화천에서 돌아와 가평을 생각하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2.02 19:05
  • 조회수 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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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의 겨울은 유난히 차다. 그러나 그 차가움 위에, 사람은 모이고 이야기는 자란다. 1일 막을 내린 화천 산천어 축제의 현장은 ‘축제’라는 단어가 무엇으로 완성되는지를 다시 묻게 했다.

 

얼음 구멍마다 아이들의 웃음이 맺혀 있었고, 군복을 입은 장병과 관광객, 상인과 공무원의 동선은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었다. 이곳에서 축제는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겨울 생태계였다.

 

그 길에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왜 가평에는 겨울 축제가 없을까?” 인프라는 가평, 서사는 화천 객관적으로 보자. 접근성, 수도권 인접성, 숙박과 관광 인프라만 놓고 보면 가평군은 화천군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리하다.


그런데 겨울이 되면, 가평은 멈춘다. 반면 화천은 얼음 위에서 시작한다. 이 차이는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가평에도 겨울은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평에도 겨울 축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송어 축제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주말이면 차량 행렬이 이어졌고, 지역 상권도 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축제는 민간에 전적으로 맡겨진 축제였다. 행정은 뒤로 물러섰고, 민간은 이해관계에 얽혔다. 운영 주체는 바뀌었고, 축제의 공공성은 희미해졌다. 결국 축제는 ‘지속 가능한 지역 행사’가 되지 못했다.


화천 산천어 축제가 세계적인 겨울 축제가 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핵심은 민관 합동 구조다. 군은 기획자이자 조정자다. 주민은 운영자이자 주인이다. 민간은 보조자가 아니라 파트너다.

 

축제의 수익 구조, 안전 관리, 환경 보전, 군 장병 참여까지, 모든 요소가 ‘행정의 설계’ 안에서 돌아간다. 그래서 해마다 논란이 있어도, 축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고치고, 보완하고, 이어가기 때문이다.


겨울 축제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행사가 하나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은 비수기를 감내하는 구조에 갇힌다. 상인은 겨울을 포기하고, 청년은 일자리를 잃고, 지역은 ‘여름용 관광지’로만 소비된다.

 

가평은 지금 그 구조 한가운데에 서 있다. 다시, 가평의 겨울을 상상하며 가평에 필요한 것은 화천을 흉내 내는 축제가 아니다. 가평의 물길, 가평의 섬, 가평의 산과 마을에 맞는 가평형 겨울 축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분명하다. 민간에 맡기는 축제가 아니라, 행정이 책임지는 축제, 단기 흥행이 아니라, 10년을 바라보는 구조, 특정 주체의 이익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겨울 생존 전략, 얼음 위에서 배운 건, 축제의 기술이 아니라 행정의 태도였다.

 

화천에서 돌아오는 길, 얼지 않은 북한강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평에는 겨울이 없는 게 아니라, 겨울을 책임질 선택이 아직 없을 뿐이다.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가평의 겨울을 다시 열 것인가, 아니면 다음 겨울을 조용히 맞이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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