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년 반복되는 육상 트랙 위 '1회용' 비닐하우스 설치 논란
- - 시민 A 씨, "사고 나니 슬그머니 삭제된 게시글... 안일함이 더 무섭다" 일갈
- - 수천만 원 혈세 들여 설치하고 철거 반복... '전시행정'의 표본 비판

지난 12일, 양주시에 제법 굵은 눈발이 날렸다. 눈은 그쳤지만, 양주시의 한 육상 트랙 위에는 흉물스럽게 주저앉은 철골 구조물과 찢겨진 비닐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겨울철 시민들의 운동 편의를 위해 설치했다던 이른바 '비닐하우스 트랙'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된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정작 '붕괴'된 것은 시설물뿐만이 아니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행정에 대한 신뢰, 그리고 문제를 대하는 지역 정치인의 책임감마저 함께 무너져 내렸다.

◇ "인명피해 없어 다행?"... 사고 나자 '빛삭'된 시의원의 안일함
사건의 발단은 사고 직후였다. 양주시의회 OOO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붕괴된 현장 사진을 올리며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지역 의원으로서 현장을 챙기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13일, 해당 게시글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민들의 날 선 비판이 이어지자 부담을 느낀 탓일까, 아니면 치부라고 생각해 덮고 싶었던 것일까.
이 광경을 목격한 양주시민 A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A 씨는 "시민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부담스러웠나, 아니면 인명 피해가 없으니 다행이라는 말로 넘어가기엔 그 안일함이 너무 컸던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사고 자체보다, 사고를 대하는 정치인의 가벼운 태도와 '흔적 지우기'가 시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준 셈이다.
◇ 1~2월 쓰려고 수천만 원 '뚝딱'... 혈세는 눈 녹듯 사라지고
문제의 본질은 더 깊은 곳에 있다. 전 씨가 지적한 핵심은 바로 '반복되는 예산 낭비'다.
양주시는 매년 겨울, 1~2월 두 달 남짓한 기간을 위해 육상 트랙 위에 거대한 비닐하우스를 설치한다. 그리고 봄이 오면 다시 철거한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예산은 적지 않다. 설치비와 철거비, 그리고 폐기물 처리비까지 모두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더 큰 문제는 멀쩡한 체육시설의 훼손이다. 탄성을 생명으로 하는 육상 트랙(우레탄 등) 위에 무거운 철제 빔을 박고 구조물을 세웠다 뜯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 바닥재는 너덜너덜해질 수밖에 없다. 전 씨는 "예산 들여 설치하고 뜯어내는 과정에서 기존 시설물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타 지자체의 사례를 보고 놀랐다. 육상 트랙에 비닐하우스라니, 이게 과연 합리적인가"라고 꼬집었다.

◇ '보여주기식' 행정 너머, 진짜 시민을 위한 대안은 없나
시민들은 묻는다. "이게 최선입니까?"
겨울철 시민들의 운동 공간 확보라는 명분은 좋다. 하지만 그 방법이 꼭 '1회용 비닐하우스'여야만 했을까. 전 씨는 "보여주기식 임시 시설물보다는 차라리 기존 실내 체육시설을 시민들이 더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흉내만 내는 '비호감' 설치물이 아니라, 안전하고 쾌적하게, 그리고 지속 가능한 체육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 눈은 녹아도 기록은 남는다
기자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느낀 것은 '부끄러움'의 부재였다. 사고가 나면 원인을 분석하고, 사과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순서다. 게시글을 삭제한다고 해서 무너진 철골이 다시 서지는 않는다.
시민 A 씨의 "묻고 싶었습니다"라는 절규는 비단 전 씨 혼자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는 묵묵히 세금을 내며 양주시를 지키는 24만 시민의 물음이다.
양주시는 이번 붕괴 사고를 단순한 '자연재해'로 치부해선 안 된다. 매년 관행처럼 이어온 이 사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업체를 위한 것인지 시민을 위한 것인지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할 때다.
무너진 것은 비닐하우스 하나로 족하다. 시 행정에 대한 믿음까지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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