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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은 텅 비었는데 185억을 또?"... 연천, 빗나간 '소멸 대응'의 현주소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1.13 11:41
  • 조회수 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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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천군의회 박영철 의원, 1인 시위 지속... "지방소멸대응기금, 콘크리트 아닌 사람에게 써야"
  • 점심시간에도 340면 텅텅... '하드웨어 만능주의' 행정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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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이 유독 매섭게 느껴지는 1월의 연천. 살을 에는 추위보다 더 시리게 다가오는 풍경이 있다. 바로 주인이 없어 텅 빈, 광활한 아스팔트 주차장이다.


지난 8일과 9일, 한창 붐벼야 할 평일 점심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전곡역 앞 공영주차장은 스산했다.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야 할 주차 구획선 안에는 찬바람만이 맴돌았다. 


그런데 이곳에 또다시 185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들여 '5층 주차타워'를 짓겠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은 묻는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주차장인가?"


◇ "텅 빈 주차장에 주차타워가 웬 말"... 거리로 나선 군의원


연천군의회 박영철 의원이 거리로 나섰다. 그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전곡역 광장 185억 주차타워 건립 반대"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


박 의원은 단순히 건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재원의 출처와 목적의 괴리다. 이 사업에 투입될 예산은 다름 아닌 '지방소멸 대응기금'이다. 말 그대로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불러 모으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써야 할 '생존 자금'이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현장 발언을 통해 "현재 전곡 시내권 공영주차장 800여 면을 조사한 결과, 340면이 비어 있다"고 폭로했다. 이미 있는 주차장도 절반 가까이 놀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억을 들여 콘크리트 건물을 또 올리는 것이 과연 '지방 소멸'을 막는 길이냐는 뼈아픈 지적이다.


◇ 현장이 말해주는 진실... "차가 없는데 건물만 짓나"


본지가 입수한 현장 사진들은 박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1월 8일 오후 12시 49분, 1월 9일 오후 12시 3분. 점심 식사를 위해 차량 이동이 가장 많아야 할 시간이지만, 주차장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다.


이 텅 빈 공간은 연천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차할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주차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주민 A씨(58, 전곡읍)는 "사람이 없어서 가게들도 문을 닫는 판에, 주차장만 으리으리하게 지어 놓으면 외지 사람들이 차를 끌고 구경이라도 온다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콘크리트 대신 '사람'에 투자하라"


박영철 의원이 제시한 대안은 명확하다. 피켓에 적힌 목록은 연천군이 지금 당장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는지를 웅변한다.


 인구 늘리는 정책

 청년 일자리 및 신혼부부 지원

 소상공인 살리기

 출산 정책 및 저소득층 지원


185억 원이면 청년들의 창업을 수십 개 지원할 수 있고, 아이 낳는 가정에 획기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돈이다. 건물을 짓고 유지보수하는 데 세금을 흘려보내는 대신, 지역 소멸을 막을 '소프트웨어'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박 의원과 뜻있는 주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 지방소멸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


지방소멸 대응기금은 정부가 인구 감소 지역에 내려보내는 '심폐소생술' 비용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지자체들이 이 돈을 랜드마크 건립이나 청사 신축, 그리고 이번 연천군의 사례처럼 주차장 건립 같은 토건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성과가 눈에 바로 보이는 '건물'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건물이 들어선다고 사람이 돌아오진 않는다. 텅 빈 주차타워는 훗날 연천군의 '흉물'이자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박영철 의원의 1인 시위는 단순한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것은 "제발 우리를 살리는 데 돈을 써달라"는 절박한 주민들의 대리 호소다. 연천군 집행부는 지금이라도 텅 빈 주차장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서늘한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혈세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군민의 삶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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