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은 수도권에 있다. 그러나 수도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전철이 닿고 물과 산이 공존하는 이 지역은 늘 ‘잠재력’이라는 말로 설명돼 왔다. 문제는 그 잠재력이 언제 현실이 되느냐는 질문에, 아직 답이 없다는 점이다.
가평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나,박경수는 지역을 이렇게 바라본다. “가평은 부족해서 막힌 게 아니라, 방향이 정리되지 않아 멈춰 있다.” 나는 가평의 핵심 키워드를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경쟁, 동선, 체류, 결정, 그리고 정리다.
▣경쟁,가평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경쟁 주체’다
지방 행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관리’다. 예산 관리, 시설 관리, 민원 관리. 그러나 지역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관리가 아니라 경쟁이다. 양평, 광주, 춘천을 보자.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인접, 자연자원, 관광 수요. 그럼에도 결과는 다르다.
그 차이는 구조보다 결정의 방향, 다시 말해 리더십의 경쟁력에서 갈린다. 지역은 더 이상 보호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사람과 자본, 시간을 끌어와야 하는 경쟁의 주체다.
▣동선,관광은 ‘건물’이 아니라 ‘길’에서 완성된다
가평에는 시설이 많다. 그러나 시설과 시설을 잇는 길은 부족하다. 관광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전철역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가로 어떻게 내려가는지,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지. 이 동선이 체험을 만든다.
대규모 랜드마크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걷고, 머물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흐름이다. 동선이 막히면 관광도 막힌다.
▣체류,방문객은 많은데, 왜 오래 머물지 않을까
가평은 사람이 오지 않는 지역이 아니다. 문제는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류 시간은 곧 소비이고, 지역 경제다. 하루 들렀다 가는 관광과, 하룻밤을 보내는 체류형 방문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체류를 늘리는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걷기 좋은 길, 연결된 수변, 계절마다 다른 경험. ‘왜 더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결정,행정은 관리, 책임은 결재권자에게 있다
행정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 결국 지역의 선택은 결정권자의 판단에서 나온다.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미루고, 무엇을 중단할지. 결재란 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선택이다. 결정이 분명하지 않으면 사업은 늘어진다. 결정이 늦으면 기회는 사라진다.
▣정리,하지 않는 것도 정책이다
지역 곳곳에는 사용되지 않는 시설, 목적을 잃은 사업들이 남아 있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방치다. 살릴 수 있으면 외부와 연결해 살리고, 안 되면 정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리는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정하는 것도 정책의 일부다. 가평이 멈춰 있는 이유를 말하는 사람 이 모든 이야기는 약속이 아니라 진단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보다, 어디가 막혀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 먼저다. 가평은 더 이상 설명만 되는 지역이어서는 안 된다. 경쟁의 언어로 다시 읽혀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가평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선거가 아니다. 가평이 아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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