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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재난위험’ 방치된 가평 준일아파트… 공모사업으로 '재 탄생' 시킨 주역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1.06 17:14
  • 조회수 2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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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평군 도시과, 전국 최초 ‘다세대 노후주거지 통합공공임대’ 모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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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로 변한 가평읍 준일 아파트,가평군 도시과 팀웍으로 새롭게 탄생한다.[사진/정연수 기자]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20년을 살았습니다.” 가평읍 한복판에 자리한 준일아파트. 벽면 균열과 누수, 낡은 계단과 전기시설은 수차례 ‘재난위험시설’ 지정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정치권의 공약과 행정 검토는 반복됐지만, 법·제도·재정의 벽 앞에서 시간은 멈춰 있었다. 이 정체를 깬 것은 가평군 도시과의 노후주거지정비 공모사업 도전이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가평군은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노후주거지정비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준일아파트 일대를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재탄생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총사업비 약 276억 원 규모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재건축을 넘어, 전국 최초로 ‘저층 다세대·빌라형 노후주거지를 통합공공임대로 재편하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재개발이 아닌 ‘안전 회복’에서 출발했다”

 

이번 공모를 이끈 신윤성 가평군 도시과장은 “대도시식 재개발은 가평에 맞지 않습니다. 고층 아파트는 법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민간 사업성도 없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안전’과 ‘공공임대’로 잡았습니다.”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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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성 도사과장,그는 이번 공모사업을 위해 강원도 영월 등을 벤치마킹하며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은 기존의 대규모 철거·재개발 대신 ▲노후주택 집수리 ▲자율주택정비 ▲방범·안전시설 확충 ▲군유지 활용 쌈지공원 조성 등 생활밀착형 도시재생 콘텐츠를 묶어 공모에 응했다. 그 핵심이 바로 준일아파트·신진빌라 통합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불가능하다고 했던 다세대 재건축… 설득의 연속이었다” 

 

도시재생 실무를 총괄한 공중식 도시재생사업팀장은 이번 사업을 “전례 없는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공모는 대부분 단독주택 밀집지를 대상으로 합니다. 다세대·빌라를 통합해 재건축하는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건 도시재생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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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식 도시재생팀장, 도시과 전 직원이 이번 공모사업을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호흡을 함께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은 재난위험시설 지정 20년, 주민 안전 위협, 대체 수단 부재라는 현실을 전면에 내세웠다. 심사위원 현장 방문 때는 노후 실태를 직접 보여주며 공감을 끌어냈다. “현장에서 보시고 나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이건 개발이 아니라 안전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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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식 재생 팀장(왼쪽)과 신윤성 과장(오른쪽)은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정도로 단짝으로 통한다'[사진/정연수 기자]

 

36세대에서 64세대로… “쫓아내는 개발 아니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은 기존 준일아파트 36세대 + 신진빌라 9세대, 총 45세대를 매입해 철거한 뒤, 저층 64세대 규모로 새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15·18평형 국민주택 규모 이하,임대료는 기존 공공임대 대비 30~90% 저렴,무주택 기존 거주민, 저소득층, 국가유공자 우선,잔여 물량은 군부대·군청 등 지역 청년 배정을 검토하고 있다.

 

신 과장은 “주민을 내쫓는 개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거주민은 매도 후 무주택 요건을 충족하면 임대 우선권을 갖습니다. 삶의 터전을 유지하면서 더 안전한 집으로 옮기는 구조입니다.”

 

관리까지 공공이 책임… “지어놓고 방치하지 않겠다” 

 

가평군은 완공 이후 관리를 가평군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할 계획이다. “소규모 공공임대는 관리 주체가 없으면 금방 노후화됩니다. 처음부터 관리까지 포함한 계획입니다.” (공중식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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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밤에 잠을 잡니다”… 주민들의 목소리
 

 

준일아파트에 30년째 거주 중인 A씨(70)는 공모 선정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비 오면 천장부터 봤어요. 아이들 손주들 데려오기도 무서웠고요. 이제는 밤에 잠을 잡니다.” 또 다른 주민 B씨(60)는 “행정이 우리 편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말만 듣다가 끝나는 줄 알았어요. 근데 공무원들이 직접 와서 설명하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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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성 과장이 심사위원들에게 준일 아파트의 심각한 상태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군청 제공]

 

도시과 전 직원의 ‘집요한 행정’
 

 

이번 사업은 신윤성 과장과 공중식 팀장 개인의 성과를 넘어, 가평군 도시과 전 직원의 팀워크 결과라는 평가다. 도시재생계획 수립, 현장 조사, 중앙부처 설득, 재정 구조 설계까지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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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과장은 공을 조직으로 돌렸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공무원의 역할은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평군은 이번 사례를 전국 지자체 공유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사업 전 과정을 기록하고, 완공 후에는 작은 홍보·아카이빙 공간도 검토 중이다. “이 사업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청평·조종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시키겠습니다.” (신윤성 과장)

 

20년간 멈춰 있던 시간은 그렇게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가평 준일아파트는 이제 ‘재난위험시설’이 아닌, 공공이 책임지는 주거 회복의 상징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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