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선 중진의 '태평성대' vs 야당 위원장의 '생존 절규'
- 7호선 개통 또 연기? "차는 2028년에 오는데 개통이 2026년이라니"- 김종안 전 위원장 "도지사·국회의원 힘 있는 여당이 시민 기만해선 안 돼"
2025년의 마지막 주일, 양주 2동 고읍네거리. 부흥로와 고읍로가 교차하는 이곳에 걸린 두 장의 현수막이 세밑 한파보다 더 매서운 지역 민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위아래로 나란히 걸린 파란색과 빨간색 현수막.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같은 하늘 아래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인다.
◇ '구름 위'의 5선, '땅 위'의 야당
위쪽에는 지역의 터줏대감이자 5선 중진인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펄럭인다. "내란종식 개혁완수 민생안정, 성장과 도약의 새로운 대한민국."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는 거물급 정치인의 인사는 웅장하고 거창하다. 마치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듯, 문구 하나하나에서 여유와 힘이 느껴진다.
하지만 바로 그 아래, 안기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의 현수막은 처절한 비명에 가깝다. "경기도지사님! 언제 개통합니까? 7호선 전철 또 연기! 전동열차 납품기한은 2028년?"
불과 1미터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한쪽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할 때, 다른 한쪽은 '당장 내일의 출근길'을 걱정하며 절규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묘한 부조화(Mismatch)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 2011년 과천의 동지들, 2025년 엇갈린 운명
이 장면을 뼈아프게 목격한 이가 있다. 바로 김종안 전 7호선 유치 범시민연대 위원장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묘한 느낌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김 전 위원장의 회고에 따르면, 정성호 의원과 안기영 위원장은 14년 전인 2011년 1월, 영하 15도의 혹한 속에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함께 머리띠를 매고 뒹굴던 '동지'였다. 7호선 양주 유치를 위해 온 몸을 던졌던 그들이었기에, 지금의 엇갈린 풍경은 더욱 비극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여당의 힘 있는 5선 의원과 도지사가 버티고 있는데, 정작 사업은 표류하고 있다"며 "위쪽 현수막은 한가로워 보이고, 아래쪽 현수막은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한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 "차가 없는데 어떻게 개통하나"... '희망고문'의 실체
문제의 핵심은 '7호선 연장(도봉산~옥정) 사업'의 고질적인 지연이다. 당초 경기도는 2026년 말 준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이영주 경기도의원이 행정감사에서 밝혀낸 사실은 충격적이다.
해당 노선에 투입될 전동열차의 납품 계약 기한이 '2028년 7월'로 되어 있다는 것. 철로가 깔려도 달릴 기차가 없는데 2026년에 개통하겠다는 것은, 시민을 상대로 한 명백한 '사기극'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사업의 시행자는 경기도지사입니다. 거대 야당(민주당) 소속의 힘 있는 도지사입니다. 그런데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종안 전 위원장)
◇ 현수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묻고 있다. "성장과 도약"이라는 화려한 구호가,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하는 양주 시민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줄 수 있는가.
법정 공기를 넘겨가며 '희망고문'을 이어가는 행정 당국, 그리고 그 책임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뜬구름 잡는 덕담만 건네는 유력 정치인. 고읍네거리에 걸린 두 장의 현수막은 어쩌면, 양주 정치가 처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자화상일지 모른다.
2026년이 밝아온다.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현수막 속의 '새로운 대한민국'이 아니라, 제시간에 도착하는 '7호선 전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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