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 농업 30년을 일군 한 사람, 오황근 농업기술센터소장
한 사람의 30년, 한 지역 농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바꾸었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본다.[사진/정연수 기자]
오황근 농업기술센터소장(사진)의 공직생활은 가평 농업의 어제이자, 미래를 위한 단단한 발판이다. 그가 만든 변화는 기록으로만 남지 않는다. 지금도 토마토 비닐하우스에서, 친환경 채소밭에서, 자라섬 꽃밭에서 그의 땀과 철학은 계속 자라고 있다.
“흙을 사랑한 사람, 농민과 함께한 지도사.그의 30년은 가평 농업의 자존심이었다.”
가평군 농업기술센터의 한 조용한 사무실. 33년 공직생활(경찰3년)의 끝자락에 선 오황근 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말한다.“저는 농업을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흙에서 살 겁니다.”
경찰공무원 3년을 뒤로하고, 농업으로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았던 청년은 어느덧 가평 농업의 큰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의 30년은 단순한 직장 경력이 아니라, 가평 농업의 변화와 성장의 역사 그 자체였다.
‘인제 원통에서 가평까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유머가 있을 만큼 유명한 그곳이 그의 고향이다. 1996년, 서른을 넘긴 늦은 나이에 가평군 농업기술센터로 첫 발을 디딘 후, 그는 단 한 번도 길을 바꾸지 않았다. “농촌에서 태어나 농학을 전공했으니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공무원으로 살았지만, 제 자리는 흙 속이었죠.”
농업기술센터 30년...‘현장이 나를 키웠다’
오 소장의 공직 인생은 철저히 ‘현장’이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농업을 가르치지 않았다. 농업인 육성팀.채소·과수 전문 지도.농업기획·기술기획 총괄.농업기술센터장 등 토마토·딸기·친환경 채소 등 가평의 핵심 품목 대부분에는 그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수고 많으셨어요.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그는 농민들과 함께 땅을 파고, 땀 흘리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농업을 배웠다. “농업은 함께하는 겁니다. 농민 속에 들어가야 기술도, 정책도 살아납니다.”
온화한 성품으로 지역민과 농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오황근 소장이 30년간 흙과 보낸 시간을 회상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그가 바꾼 가평 농업의 풍경’
가평 농업도, 농민도 30년 전과는 전혀 달라졌다. 친환경 농업의 지역 브랜드화다. 가평이 ‘청정 가평’으로 불리는 데는 그의 공이 크다. 벼·채소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으로 전환됐고, ‘무농약·유기농 가평’은 전국 소비자에게 신뢰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과거 북면의 50여 토마토 농가는 집집마다 개별 선별을 했다. 비효율과 품질 편차가 컸다. 그는 농가와 머리를 맞대 공동선별장을 추진했고, 이 시설은 지금도 북면 토마토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 되었다.
그는 또, 자라섬 남도 테마농업으로 봄·가을을 꽃으로 물들였다. 2019년부터 직접 씨앗을 파종하고 꽃밭을 디자인했다. 백일홍·양귀비로 채워진 자라섬 남도는 가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계절의 감동을 안겼다.
“가평 농가소득, 30년 전의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그가 처음 가평에 왔던 1996년.평균 농가소득은 2천~3천만 원.지금은 5천~6천만 원대 농가가 흔하다. 물론 경지 면적은 3분의 1로 줄었다. 그럼에도 소득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청정환경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농업 전환, 품목 전문화, 기술 보급이 가평 농업을 끌어올렸습니다.”
‘로컬푸드의 부진’은 그의 가장 큰 아쉬움
그는 가평 로컬푸드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계절 내내 생산·유통할 기반시설이 부족합니다. 홍보도 더 필요하고요.” 하지만 그는 희망을 본다고 했다. 올해가 ‘출발점’일 뿐이며, 제대로 된 시설과 전략만 갖추면 가평 로컬푸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
‘온난화 속의 농업,그의 마지막 숙제’
가평의 대표 임산물인 잣 재배 면적이 감소하고, 사과·포도 등 주요 과수의 재배 가능 한계선은 북상 중이다. “가평 기후에 맞는 새로운 품종, 새로운 과수를 찾아야 합니다. 다음 세대가 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마트농업이 답입니다”
그는 후배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대규모는 어렵더라도, 소규모 스마트농업을 확산해야 합니다. 노동력도 줄고, 365일 생산이 가능해지고, 젊은 농민도 유입됩니다.” 포천·양평·원주 등 인근 지역의 사례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며, 기존 시설하우스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은 답을 알고 있다’...그의 신념
그는 수차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결국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농민을 만나지 않는 농업행정은 존재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지도 방식은 철저히 ‘사람과 현장’이었다.
오 소장은 1남 1녀를 둔 가장이다. 두 자녀 모두 지금은 경기도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가족의 응원이 아니었으면 30년 공직생활은 불가능했죠. 가평 농민들이 저를 키웠습니다. 그분들에게 가장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는 (퇴임후 계획)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농업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년을 농업에 몸담았는데, 이제 와서 다른 걸 할 수 있겠습니까? 작게라도 농업과 관련한 일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퇴임을 20여 일 앞둔 그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말했다.“가평 농업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겁니다.농민들이 우리 기술센터를 믿고 함께해 주신다면 농가소득은 두 배, 세 배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했다. “저는 농업인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흙에서 살겠습니다.”
오황근 농업기술센터소장의 공직생활은 가평 농업의 어제이자, 미래를 위한 단단한 발판이다. 그가 만든 변화는 기록으로만 남지 않는다. 지금도 토마토 비닐하우스에서, 친환경 채소밭에서, 자라섬 꽃밭에서 그의 땀과 철학은 계속 자라고 있다.
“흙을 사랑한 사람, 농민과 함께한 지도사.그의 30년은 가평 농업의 자존심이었다.” 농민과 군민은 "오황근 소장님! 수고많으셨습니다.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그의 퇴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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