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 불법 인지하고도 수년간 수의계약 반복… 보험 무효·과적 위험 방치 논란
가평군이 겨울철 제설작업을 민간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사업자가 없는 개인 차량들이 타인 명의를 빌려 제설에 투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북면에 배치된 1톤 제설차량 4대 전부가 차량 소유주·사업자 명의가 서로 다른 ‘불법 영업 구조’로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기관이 이를 인지하고도 수년간 계약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위법 방치·부실 감독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설차 4대 모두 ‘명의 대여’… 군청 “알고 있었다”
1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조○씨는 ‘신○건설’, 한○씨는 ‘전○○’, 여○씨는 ‘숫○○식당’, 강○씨는 ‘내촌○○’의 사업자 명의를 각각 빌려 제설차량을 운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제설 위탁 계약서에는 차량등록증·사업자등록증·보험증명서가 포함되는데, 서류만 대조해도 명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군청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북면사무소 장영희 부면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자와 계약하고, 그 사업자가 다시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운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운행 주체가 다른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북면에는 영업용 1톤 차량이 없고, 장비 수급이 어려워 관행적으로 해왔다”, “계약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제설 자체를 못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는 행정기관이 불법 구조를 인지하고도 ‘장비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방치해 왔음을 스스로 시인한 발언이다.
보험 무효·과적 위험… 주민 안전 좌우하는 제설작업 ‘사각지대’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제설차량이 자가용이고, 타인 사업자 명의로 등록해 영업행위를 할 경우 보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또한, "보험증권상 차량·운전자·사업자’ 명의가 일치해야 하나, 현재의 구조에서는 사고 시 보험금 지급이 안 된다."고도 했다.
제설작업을 했던 복수의 운전자들은 “1톤 차량이 제설 장비와 염화칼슘을 싣고 다니면 최대 3톤까지 과적이 된다”며 “빙판길에서 사고 위험이 높다”고 토로했다. 법조계는 도로교통법(과적·무단 영업),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명의 대여 금지), 보험업법(보험 무효)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며 “행정기관이 이를 알고도 계약을 지속했다면 감독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가평 단가 절반 수준… ‘저가 계약이 불법 관행 불렀다’ 지적
가평군의 제설 단가가 인근 지자체 대비 지나치게 낮은 점도 명의 대여 관행의 원인으로 꼽힌다. 1톤 제설차(4개월 기준)의 경우 화천군은 약 2,200만 원을 지급한다. 반면 가평군은 절반도 안 되는 약 1,210만 원(VAT 포함·기름 자부담)인 것으로 확인됐다.
15톤 제설차도 화천군 약 4,418만 원인데 비해 가평군 약 2,200만 원,화천군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설업계는 “가평 단가는 주변 지역의 절반 수준”이라며 “영업용 차량을 갖춘 정식 업자는 참여가 어렵다. 결국 개인 차량들이 타인 명의를 빌리는 방식이 고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렴은 '공정함'에서 시작된다. 가평군 북면사무소에 있는 청렴계단은 "지금 청렴한 행정을 하고 있나?" 묻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북면사무소 관계자의 답변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변명과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장영희 부면장은 “그렇게 안 하면 제설 자체를 못 한다”, “관행적으로 해왔다”고 말했지만, 이는 공공 안전을 다루는 행정기관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제설작업은 겨울철 주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공공서비스다. 이러한 업무가 명백한 위법 구조에 의존해 운영돼 왔다면, 군청은 변명이 아니라 즉각적인 제도 개선과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가평군 “사실 인지했지만 수년간 동일 방식 계약”
가평군은 관련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도 수년간 동일 방식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일선 부서의 판단 오류 수준을 넘어 체계적 관리 부실·감독 실패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설 구조 전면 재검토와 단가 현실화, 차량·보험 명의 일치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평군은 별도의 입장이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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