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가평군농협, 구호물품 관리 ‘주먹구구’ 실태 드러나

▲가평군 농협창고에 보관중인 '꾸러미'.농협중앙회가 470박스를 전달했으나 군 농협이 임의로 사용하고 현재는 170여 박스가 남아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농협(조합장 장동규)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전달받은 이재민 구호 꾸러미 470박스를 공식 대상자 선정도 없이 임의 배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취재 결과, 중앙회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라”는 구두 지시만 내렸고, 가평군농협은 이를 근거로 1,5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사실상 ‘조합장 재량’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 “공문도 기준도 없이 내려온 470박스”
농협중앙회는 지난 11월 4일, 수해 복구용으로 남은 ‘청소년 구호 꾸러미’ 470박스를 가평군농협에 전달했다. 하지만 중앙회는 “재해지역이 아니더라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라”는 구두 통보만 했을 뿐, 공식 공문이나 배분 지침은 없었다.
가평군농협 정진봉 팀장은 “공문은 없고, 본부(수원 지역본부)에서 전화로 전달받았다”며 “조합장이 각 지점에 60박스씩 보내고, 나머지는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달 대상자 명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어느 지점에 몇 박스가 실제 전달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 “조합장 직접 나눠줬다” 선심성 배포 정황
취재진이 확보한 농협 내부 관계자 녹취에 따르면, 장동규 조합장은 수해 피해 농가와 무관한 임직원, 이사, 지인들에게 직접 꾸러미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동규 조합장으로부터 '20박스,통 큰선물'을 받은 B씨의 집에 있는 선물꾸러미. B씨는 농협 임원으로 확인됐다.[사진/정연수 기자]
한 관계자는 꾸러미가 입고된 4일 “조합장이 임원 A씨에게 20박스를 배포했다”며 “조합장 본인이 트럭에 싣고 다니며 직접 실어 나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 꾸러미는 개당 시가 3만 원 상당으로, 전체 금액은 약 1,500만 원에 달한다. 본래 목적은 ‘수해 피해 가정 지원’이었지만, 재해 복구용 물품이 공문 한 장 없이 단위농협으로 흘러들어가 선심성 배포 수단으로 변질된 셈이다.
▣ “공문 없는 지원, 감사 사각지대”
농협중앙회와 가평군농협 모두 이번 배포 과정에 대한 공식 문서나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라”는 추상적 지시만 남긴 채, 실물만 하달된 구호물품은 관리대장도, 전달 명단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대해 가평군 농협 조합원은 “구호물품은 국민의 성금과 예산으로 조달된 것”이라며 “공문도 없이 ‘알아서 나눠주라’는 식의 주먹구구 행정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자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 “조합장 선거 앞두고 조직 결속용?”
일각에서는 2027년 3월로 예정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장도규 조합장이 구호물품을 ‘우호 세력 결집용’으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제보자 A씨는 “구호 꾸러미를 임직원과 친분 있는 이사들에게만 나눠줬다”며 “선거 전 조직 결속을 위한 선심성 행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꾸러미 박스에는 '곰탕.라면.국수'등이 들어있으며 시가는 3만원이라고 군 농협관계자는 말했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농협의 구호품 배포는 명확한 기준 없이 “전화 한 통, 말 한마디”로 이루어졌다. 피해 농가 명단도, 회계 증빙도 없고, 내부 감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수백 상자의 구호물품이 ‘조합장의 재량’으로 처리됐다.
지역사회에서는 “중앙회가 공문 없이 물품을 내려보내고, 단위농협이 명단 없이 나눠주는 방식은 구호 시스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철저한 감사와 수사 착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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