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재명 대통령 아들 이동호 결혼식. 나경원 의원은 “거대여당 체제 아래 권력을 쥔 대통령 자녀의 계좌번호가 알려진 결혼식이라면, 민간과 공공영역에서 축의금을 보내지 않기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나경원 “이재명 장남 결혼식, 비공개라더니 계좌 공개?…위선·기만” FulLHouse (위 사진은 본문 기사와 무관함.)
가평의 한 지역언론 대표가 딸 결혼식을 앞두고 공직자와 사업자에게 전화 또는 직접 찾아가 청첩을 돌렸다고 한다. 청첩장에는 “화환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농협 계좌번호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신랑·신부의 계좌도 따로 기재됐다.
혼주인 언론사 대표로부터 직접 청첩장을 받은 군청 공무원 A 씨는 "안 갈수도,갈 수도 없다"면서, "안 가면 얼마를 송금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털어 놓았다. 또 다른 공무원 B 씨는 "예식장에 가면 음식값이 10만 원 가까이 되는데, 안 가고 10만 원을 보내는 게 밥 먹고 20만 원을 내는 것보다 (혼주입장에서는)이득일 것 같다."라고 했다. 사정이 이런 지경이면 "초청장이 아니라 고지서"라고 했다.
결혼은 축복받을 일이지만, 언론인의 행위는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다. 언론은 지역사회에서 감시자이자 신뢰의 중심에 서 있는 존재다. 그러한 위치에서의 사적 행동은 언제나 공적 의미로 읽힌다. 언론사 대표의 한 통의 전화, 한 장의 청첩장은 이미 ‘언론의 태도’로 해석된다.
언론윤리는 기사 작성이나 보도 준칙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를 대하는 태도의 윤리’이기도 하다. 청첩장이 단순한 축하의 초대가 아니라, 권력 관계를 매개로 한 ‘심리적 강제’로 작용한다면 그것은 도덕적 왜곡이다.
“화환은 사양하되, 계좌번호는 남긴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 감수성이 어디쯤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청탁이나 금품수수가 아니더라도, 언론인이 자신의 지위를 배경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순간 그것은 이미 ‘미시적 권력의 행사’가 된다. 언론의 공공성은 기사보다 그 펜을 잡은 손이 사적 이익을 좇을 때 그 무게는 가벼워진다.
결혼은 개인의 경사다. 그러나 공적 신뢰를 자산으로 삼는 언론인이 그 경사를 통해 부담을 전가한다면, 그것은 이미 언론의 품격을 잃은 일이다.
“언론의 도덕은 기사에만 있지 않다.청첩장을 건네는 손끝에서도, 언론의 품격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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