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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교분리의 경계 허물면, 민주주의도 위태롭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5.09.21 16:33
  • 조회수 3,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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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천정궁.JPG

국민의힘이 통일교 신도 집단 당원 가입 의혹에 휘말리면서 정치와 종교의 경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건희 특검팀은 약 11만 명의 통일교 교인이 국민의힘 당원 명부와 겹쳤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교인 120만 명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숫자다.

 

종교인은 누구나 개인 자격으로 정치 활동을 할 자유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적 집단 가입이다. 특정 종교가 교세를 앞세워 특정 정당을 사실상 장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 참여가 아니라 정교유착으로 귀결된다. 종교가 정치의 도구가 되고, 정당이 종교의 방패막이가 되는 순간, 민주주의의 균형은 무너진다.

 

특검이 ‘강제성’ 입증이라는 난제를 떠안은 것도 사실이다.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했는지, 압박에 의해 가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11만 명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강제 여부를 떠나, 특정 종교가 대규모 집단으로 특정 정당에 가입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파장을 낳는다.

 

권성동 의원 뇌물 의혹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통일교와 정치권 사이의 돈거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개인 비위 차원을 넘어 종교와 정치의 부정한 결탁을 상징하는 사건이 된다. 현금 뇌물은 입증이 어렵지만, 설사 무죄로 귀결된다 해도 이미 국민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정당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종교 자유를 핑계로 정당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묵인된다면, 또 다른 종교 단체가 뒤를 이을 것이다. 

 

정교분리는 헌법의 문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실 정치에서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두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당과 종교의 경계가 무너지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종교가 신앙의 영역을 넘어 권력의 통로가 되는 순간,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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