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지사 재량"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된 또 다른 이권 카르텔의 민낯

또 하나의 지방정치 부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도의원 3명을 포함한 5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지방자치제도의 구조적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 특조금, 시민의 돈이 권력자의 쌈짓돈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은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이다. 시군 간 재정 격차 해소라는 명분으로 도지사가 재량으로 지원하는 이 제도가 어떻게 부패의 통로로 전락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업가 B씨는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에서 특혜를 받기 위해 경기도의원들에게 뇌물을 건넸고, 의원들은 이에 화답하듯 특조금 교부를 성사시켰다. 더 나아가 해당 사업에 B씨 업체가 선정되도록 관계자들을 직접 소개하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특조금의 '재량성'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도지사 판단에 맡겨진 이 제도는 투명성과 객관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결국 정치인들의 입김이 개입할 여지를 제공하며, 이번 사건처럼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 반복되는 악순환, B씨는 빙산의 일각
더욱 충격적인 것은 B씨가 안산에 이어 화성 등 여러 지역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지방정치 전반에 이권 카르텔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사업자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뇌물을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방정치권의 관행적 부패가 있다. B씨 같은 인물이 '투자 대비 확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지방자치 30여 년, 여전히 걸음마 수준
1995년 본격 시작된 지방자치제가 올해로 3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이런 후진적 부패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은 참담하다. 권한은 지방으로 이양됐지만, 이를 견제할 시스템과 시민사회의 감시망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도의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개별 의원들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이 얼마나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됐다. 시민의 혈세로 조성된 특조금이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이나 다름없이 활용되고 있는 현실은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를 무색케 한다.
◇ 제도 개선 없이는 제2, 제3의 B씨 출현
근본적 해결책은 제도 개선에 있다. 먼저 특조금 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도지사의 재량권은 축소하고, 의회의 견제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
또한 공공사업 입찰 과정에서 정치인의 개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업자와 정치인 간의 접촉을 제한하고,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사후 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절실하다. 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가 어떤 사업에 특혜를 주고받는지 끊임없이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인들이 시민이 아닌 특정 업체를 바라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했다. 하지만 썩은 뿌리에서 아름다운 꽃이 필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지방정치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B씨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시민의 소중한 세금은 계속해서 권력자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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