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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 그날의 악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5.08.05 11:49
  • 조회수 33,7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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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지원이 아닌, 이재민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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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새벽,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마일1리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밤사이 이어진 '괴물 폭우'는 40년간 터를 일구며 살아온 신순남 씨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산사태로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집은 반쯤 묻혔고, 살림 살이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마일리신순남.JPG 

"살긴 살아야 하는데 과연 다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과연 어디는 안전할까."

 

신 씨의 허탈한 질문은 비단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다. 마일리의 지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산사태시;ㄴ상3리.JPG

6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수해였다. 불과 1시간 동안 쏟아진 집중호우는 도로와 전기, 수도, 통신마저 한 번에 끊어 놓았다.

마일리 일가족.JPG

 "골짜기라는 골짜기는 죄 산사태가 나고", "배수로가 막히면서 물이 여기저기로 역류"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주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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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조종면 현리의 한 편의점도 폭우의 직격탄을 맞았다. 점주 송홍석 씨는 2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건물은 기둥만 남긴 채 쓸려갔고, 4300만 원 상당의 물품과 자동차 한 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라리 싹쓸이되니까 복구할 것도 없고 편해요"라는 그의 씁쓸한 농담에는 삶의 기반을 잃은 절망감이 배어 있었다. 

마일2리 주민 이종협 씨는 땡볕 아래서 복구 작업을 하다 땀을 식히고 있었다. 침대까지 쓸려간 집 안에서 그나마 남은 것은 김치냉장고와 건조기, 소파 정도였다. "침대는 어떻게 가져갔나 몰라"라는 그의 쓴웃음은 망연자실한 이재민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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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집과 가구만 파괴한 것이 아니었다. 마일1리 주민 원구연 씨는 폭우가 내리던 새벽, 집으로 달려들던 잣나무를 떠올리며 매일 밤 잠 못 이루고 담배와 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잣나무 하나가 구정물에 떠서 슉 달려오는데 악마가 덮치는 것 같았다"는 그의 말은 재난이 남긴 깊은 트라우마를 짐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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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은 K 씨는 차마 무너진 집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마을회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있었다. "제일 어려운 건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다시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려면 5~6년은 걸릴 것 같은데 할 수 있을까"라는 그녀의 말은 막막한 현실 앞에 선 모든 이재민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예측 불가능한 '괴물 폭우'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점점 잦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수량 기록이 올해 안에 또 깨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한다. 이제 재난은 "TV에서나 보던 일이 내게 벌어지고 나서야 실감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재난 지원금은 참혹한 피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주택 복구비는 전파 시 최대 3950만 원, 소상공인은 업체당 300만 원이 지원될 뿐이다.

 

편의점 점주 송홍석 씨는 3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고도 빚만 늘릴까 대출조차 망설이고 있다.

 

엄격한 지원 기준 또한 문제다. "집 바닥이 다 위로 솟구쳐서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는데 침수냐, 반파냐 이런 걸 얘기하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는 이종협 씨의 절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의 민낯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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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재해 연보에 따르면, 사유시설 피해액은 약 2200억 원이었지만, 실제 지원된 재난지원금은 이에 못 미치는 1500억 원에 그쳤다.

 

반면 공공시설에는 그 4배가 넘는 6000억 원이 투입되었다. 재난 복구 예산이 누구를 위해 쓰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보리축산농가.jpg

'이번엔 마일리,승안리,율길리,백둔리,대보리 등이 였지만, 다음엔 누가 이재민이 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한 시대.

 

국가는 개인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절망 앞에서 단순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재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절망감과 마주하고, 그들의 희망을 다시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진정한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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