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부. 구조 대신 손 내민 사람 – 연대와 정치의 자리
"공무원보다 마을 이장님이 먼저 삽을 들었다."
"휴가 반납한 청년들, 자원봉사자가 없었다면 지금도 진흙밭이었다."역설적으로, 재난의 최전선에서 가장 먼저 힘을 발휘한 것은 법령도, 예산도 아니었습니다. 포천의 회복은 오롯이 지역 공동체의 손발과 발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마을 청년회는 빗물을 퍼냈고, 새마을회는 밀려든 토사를 정리했습니다.
주민들은 손수 삽을 들고 무너진 하천 둑을 퍼 올렸습니다. 자율방재단, 의용소방대, 그리고 면사무소 직원들까지 총동원된 주민 중심의 복구 체계가 빠르게 가동된 것입니다.
심지어는 포천농협 직원들과 군부대 장병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탰습니다.
물론 공무원들도 밤샘 철야에 적극 협조하며 현장을 지켰지만, 현장에서 이들이 기대고 있는 것은 시스템이 아닌 '선의'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포천시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우리는 구조화된 대응이 아니라 매번 '의인 중심의 긴급 대응'에 의존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이제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일이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 시스템의 공백을 말해주는 경고가 된 시대. 매번 같은 이유로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왜 재난 대책은 닮은꼴만 반복되는가?
◇ 정치와 행정에 남은 과제는 뚜렷하다
포천의 사례는 기후재난 시대,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가 해결해야 할 뚜렷한 숙제를 보여줍니다.
디지털 재난 행정 체계 구축: 전화 중심의 피해 신고를 탈피하고, 드론 및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의 실시간 피해 지도 구축을 통해 재난 상황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읍면 단위 재난 대응 매뉴얼 정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마이크로 단위의 세부적인 재난 대응 계획을 수립하여 실제 피해가 집중되는 지역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국회의 입법 역할 강화: 기후재난 피해 보상에 대한 법제화를 강화하고, 특별재난지역 지정 기준을 다양화하여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지방정부의 위기관리 조정 권한 실질화: 중앙 정부의 불필요한 허가 절차 없이도 지방 정부가 신속하게 복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해야 합니다.
재난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닌, 새로운 삶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응 또한 예외가 아닌, 준비된 일상적인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포천은 작은 도시이지만, 이번 수해를 통해 대한민국 기후행정의 축소판 문제점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포천 시민의 외침은 특정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말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