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무너진 다리 위에 선 삶 – 숫자 밖의 포천
"다리가 케이크처럼 댕강 잘려 있었어요. 사람이 살아있는 게 기적이었죠."
– 손세화 포천시의원, 내촌면 수해 현장에서
2025년 7월 20일, 경기도 포천시에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내촌면, 소흘읍, 창수면 일대에는 시간당 100mm를 웃도는 폭우가 퍼부었고, 하루 누적 강수량은 200mm를 넘어섰습니다.
도로는 유실되고 교량은 붕괴했으며, 수백 채의 주택은 물에 잠겼고, 드넓은 농경지는 온통 진흙탕으로 변했습니다. 불어난 하천은 농형하우스를 휘감아갔고, 제방이 터지면서 일부 계곡 마을은 한때 외부와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포천시 당국은 이번 수해로 인한 공식 피해액을 93억 원으로 집계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포천 시민들과 밤낮없이 복구에 매달렸던 현장 공무원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실제로 피해 규모는 공식 집계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지적입니다. 가축 500여 마리가 폐사하고 농작물은 전멸했으며, 250가구가 넘는 주택이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일부 지역은 중장비 진입조차 늦어져 이틀간 복구가 지연되기도 했고, 심지어 행정기관에 전혀 연락조차 받지 못한 피해 민가들도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절박한 현실 속에서 놀랍게도 정부는 포천시를 '특별재난지역'에서 제외했습니다. 7월 20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지정된 전국 6곳(가평, 서산, 예산, 담양, 산청, 합천)의 명단에 포천은 빠진 것입니다.
특히 바로 인접한 가평군은 지정된 반면, 피해 규모나 유형이 비슷했던 포천이 포함되지 못한 사실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충격과 허탈감을 안겼습니다.
손세화 포천시의원은 수해 현장을 둘러본 뒤 자신의 SNS에 사진과 함께 이렇게 썼습니다. "특별재난지역이라는 한 줄이, 주민들에게 재건의 첫 희망이다. 그런데 포천은 그마저 없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투입됐던 공무원들조차 후속 복구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행정적 '기준선'에 들지 못한 도시의 삶은, 넘어진 다리와 침수된 논처럼 그대로 방치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