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3부] 방치된 시스템, 외면당한 목소리 “언론이 묻기 전엔 몰랐나”…가평군의 뒷북 대응

가평 크루즈의 지역상품권 불법 수취 논란은, 한 기업의 부도덕한 행태를 넘어, 이를 제어하지 못한 행정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과 현장을 외면한 안일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가평군은 크루즈 측에 ‘상품권 수취 중단’을 통보하는 ‘뒷북 대응’에 나섰다.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이기도 한 소상공인 A 씨는 “이런 불법 영업이 한두 달 된 일이 아닌데, 언론이 묻기 전까지 군청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며 “그동안 우리가 제기한 현장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닿지 않았던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사태는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문제의 근원은 관리·감독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
가평군은 봄.가을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상품권을 발행하면서도, 그 상품권이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부정유통을 막기 위한 상시적인 점검 체계는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가맹점 등록 관리, 대형 업체의 부정수취 가능성 감시, 관광객을 위한 명확한 사용처 안내 등 가장 기본적인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허점은 비단 가평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전국적으로 지역화폐 부정유통 실태를 점검한 결과, 여러 지자체에서 유사한 편법 사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는 지역화폐 제도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방증한다. 한 지방행정 전문가는 “지역화폐 제도의 성패는 발행 규모가 아니라, 유통 질서를 얼마나 투명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점검 인력을 늘리고, 부정유통 적발 시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평군은 상품권을 불법 수취한 가평크루즈에 6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2차 적발 시 1천만 원, 3차는 2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수취한 상품권은 휴지조각이라고도 했다. 과연 그럴까?
가평 크루즈가 수취한 상품권 가액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상품권에는 일련번호가 없어 추적이 불가능하다. 마음만 먹으면 가맹점과 짜고 일명 '깡'을 통해 유통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상품권 불법 유통을 예방하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가평 크루즈 사태는 예견된 인재(人災)에 가깝다. 그것은 한 기업의 일탈을 넘어, 시스템을 방치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행정의 책임이 빚어낸 결과다.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회복하는 데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