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부] 무너진 신뢰, 관광도시의 그늘
관광도시의 가장 큰 자산은 화려한 풍경이나 거대한 축제가 아니다. 그곳을 찾은 방문객이 기꺼이 마음과 지갑을 열게 만드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다.
그러나 가평 크루즈의 지역상품권 불법 수취 논란은, 수년간 쌓아온 가평 관광의 신뢰라는 자산을 한순간에 뒤흔들었다.
이번 사태가 남긴 상처는 비단 소상공인의 피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자라섬 꽃 페스타 현장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입장료를 내고 가평사랑상품권을 받았다.
그는 그 상품권을 들고 가족과 함께 유람선에 올랐다. 그는 “매표소에 안내문까지 붙어 있으니, 당연히 가평군이 지정한 공식 사용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뒤, 자신이 이용한 서비스가 불법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그는 “단순히 혼란스러운 것을 넘어, 좋은 마음으로 참여한 지역 행사에 속은 것 같아 기분이 몹시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사태가 남긴 첫 번째 그늘, ‘관광객의 혼란과 신뢰의 균열’이다. 지역화폐 정책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가평을 찾은 이들에게 ‘제도 관리가 허술한 도시’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가평에서 상품권을 받거나 사용하는 일 자체가 꺼려질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두 번째 그늘은 가평이 자랑하는 대표 축제의 브랜드 가치 하락이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은 ‘지역과의 상생’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그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축제를 통해 풀린 돈이 결국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한 지역 문화 전문가는 “축제의 성공은 단순히 관람객 수에만 있지 않다. 축제를 통해 발생한 경제적 이익이 지역 사회에 골고루 돌아가고 있다는 신뢰가 있을 때, 그 축제는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얻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축제의 진정성과 지역 상생의 이미지를 동시에 훼손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결국, 상품권 몇 장의 ‘불편한 거래’가 남긴 파장은 생각보다 깊고 넓다.
그것은 관광객의 경험을 해치고, 축제의 명성을 위협하며, 궁극적으로는 가평이라는 도시 전체의 신뢰 자산을 갉아먹는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