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한 거리에서 지난 20일 벌어진 광경은 한국 보수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씁쓸한 장면이었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의 지역사무실 앞에서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확성기를 들고 그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면서다. 비대위원장을 향해 자기 진영에서 던진 돌멩이는 결국 보수 진영 전체의 발등을 찍었다.
'자유대한호국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김용태 의원을 향해 "보수의 정체성조차 모르는 인물"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보수의 정체성은 무조건적인 충성과 맹목적 단결인 모양이다. 비판적 사고와 자성의 목소리는 '분열'로 낙인찍히고, '배신'으로 정죄받는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한때 '자유'와 '책임'을 외치던 보수 진영이 이제는 '충성'과 '복종'을 요구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윤석열이라는 이름 앞에서 모든 비판은 금기시되고, 그에 대한 거리두기는 곧 '배신'으로 간주된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보수의 정체성'인가?
포천에서 벌어진 이 기이한 풍경은 단순한 지역 정치의 갈등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힘 전체를 갉아먹고 있는 자기파괴적 충동의 한 단면일 뿐이다.
'친윤'과 '반윤',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로 갈라진 당내 갈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정권 탈환을 위한 전략을 고민하기는커녕, 내부 총질에 여념이 없다.
당의 얼굴인 비대위원장마저 거리에서 공격받는 상황에서, 어떤 유권자가 이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기고 싶겠는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갈등이 대선 이후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그 책임을 두고 서로를 향한 비난이 폭발할 것이고, 설령 승리하더라도 권력 분배를 둘러싼 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정권 경쟁이 아닌, '내부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보수 정당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전통적 가치와 자유 시장 경제, 법치와 안보를 중시하는 이념적 지향점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에서는 이러한 가치 논쟁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누가 윤석열에게 더 충성하는가'라는 맹목적 충성 경쟁만이 난무한다.
포천 지역 정치 관계자의 말처럼, 이러한 자기파괴적 공세가 계속된다면 국민의힘은 중도 민심은 물론 핵심 지지층마저 잃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보수 유권자들은 피로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내부 갈등에 매몰된 정당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건강한 보수 정치세력이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윤석열 충성 경쟁'이 아닌,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비판과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보수가 지켜야 할 진정한 '정체성'이다.
포천의 거리에서 벌어진 확성기 정치는 한국 보수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이제 국민의힘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계속해서 내부 총질로 자멸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회복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 대선의 승패는 이미 그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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