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 년 간 3천 명 이상이 산재로 사망, 이 중 90% 이상이 사인 규명 없이 졸속 처리

▲경기북부의 한 식품가공공장에서 맨손으로 작업을 하다 손목이 절단된 20대 태국 여성 노동자 와폰 씨(가명)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이주 노동자 지원단체 제공]
경기북부의 한 식품가공공장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가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달, 20대 태국 여성 노동자 와폰(가명, E9 취업비자) 씨가 대형 믹서기에 돼지고기를 넣는 작업 중 왼쪽 손목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다.
노동부 알선을 통해 취업한 이 공장에서, 그녀는 사측의 지시에 따라 맨손으로 위험한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이 비극은 이주노동자 산재 문제와 안전 불감증이라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다시금 드러내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은 경기북부에 위치한 중소규모 식품가공업체다. 와폰 씨는 매일 대형 믹서기에 고기를 넣는 반복 작업을 맡았다. 그녀의 진술에 따르면, 과장이 직접 “맨손으로 작업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안전 장비나 도구 없이 손으로 고기를 밀어 넣는 과정에서, 기계에 손이 말려들며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으로 급히 이송된 그녀는 손목 절단이라는 영구적 장애를 안게 됐다. 사고 현장의 기계 소음과 피 냄새가 뒤섞인 그 순간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는 사고 직후부터 사측의 맨손 작업 지시에 주목했다. 단체 관계자는 “동네 방앗간에서 고추를 빻을 때도 도구를 사용하는데, 대형 믹서기에 맨손으로 작업을 하라는 지시는 상식 밖의 일”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놀랍게도, 공장 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그 일은 도구가 필요 없는 작업”이라며 태연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저버린 이 발언은, 이주노동자 산재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연구 보고서(2024년 12월)에 따르면, 매년 이주노동자 3천 명 이상이 산재로 사망하며, 이 중 90% 이상이 사인 규명 없이 졸속 처리된다.
지원 단체는 이 사망자 대부분이 과로사를 포함한 산재로 보고 있다. “이 나라가 산재 초강국이 되어 지난 20년 동안 노동자 4만 명을 죽이고 400만 명 이상을 다치거나 병들게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이번 사고로 더욱 커지고 있다.
와폰 씨의 사고는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니라, 이주노동자 안전을 외면한 구조적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의 한 활동가는 “이주노동자들은 언어와 제도적 장벽 때문에 안전 문제를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와 기업이 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와폰 씨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안전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와폰 씨의 비극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안전한가. 그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고 있는가.
경기북부의 작은 공장에서 일어난 이 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다. 이는 이주노동자 산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비가 내리는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처럼,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와폰 씨의 손목이 잘린 그 날의 비극이, 더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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