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부]한국 산불, 왜 일본보다 더 자주 발생하나?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기후 조건을 가진 이웃 국가지만, 산불 발생 빈도와 규모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한국보다 산림 면적이 더 넓고 나무도 많지만, 산불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한다.
반면, 한국은 산림청 예산이 면적당 일본의 4배에 달하고, 산불 진화 헬기와 임도(산림도로)도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산불 피해가 빈번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한국의 잘못된 산림 관리 정책에서 찾고 있다.
◇숲가꾸기가 만든 "불폭탄" 숲
산림청은 숲가꾸기라는 명목으로 활엽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를 심거나 남기는 정책을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이는 경제성을 이유로 진행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대형 산불에 취약한 환경을 조성했다.
소나무는 휘발성 물질을 다량 방출하며 불길을 가속화하는 "불폭탄" 역할을 한다. 반면, 활엽수는 수분 함량이 높아 불에 잘 타지 않고 화재 확산을 막아주는 자연 방패 역할을 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 교수는 "살아 있는 활엽수는 강한 불에도 잘 타지 않는다"며 "활엽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만 남기는 숲가꾸기는 대형 산불을 부르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산불 뒤에 숨겨진 경제적 이익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은 단순히 생태적 문제를 넘어 경제적 이해관계와 얽혀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됨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이유를 "예산과 이익 구조"에서 찾는다.
기후재난연구소 최병성 상임대표는 "숲가꾸기는 목재 수확과 개발 사업을 위한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복구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는 특정 집단의 이익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숲가꾸기 사업은 벌목과 조림 작업을 통해 목재업자와 조림업자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 또한, 대형 산불 이후 복구 작업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며, 이는 또 다른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일본과 다른 접근법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자연적인 숲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활엽수와 침엽수가 공존하는 혼효림은 화재 저항력이 높고 생태적 안정성을 제공한다. 일본의 사례는 자연스러운 숲 관리가 어떻게 산불 위험을 줄이고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후위기만 탓할 수 없다
물론 기후 변화도 산불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모두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만으로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한국의 경우, 숲가꾸기와 같은 인위적인 개입이 화재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방향: 혼효림과 지속 가능한 관리
전문가들은 소나무 중심의 조림 정책을 폐기하고 혼효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화재 저항력을 높이고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산림청의 예산 사용 내역과 사업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최병성 대표는 "숲을 자연 그대로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숲이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정책 개혁 없이는 재앙도 반복된다
한국에서 반복되는 대형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이는 잘못된 정책과 관리 체계가 만든 인재다. 이제는 기후 변화만 탓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혼효림으로 전환하고,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숲가꾸기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한 대형 산불 재앙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