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부]산불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은 누구인가? 산림청의 한계와 활엽수의 역할
▲김동연 경기지사가 안동 화재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산불은 자연재해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재난 중 하나다. 미국 산불 사례를 보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불길을 진압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누가 국민의 집과 생명을 지켜줄 수 있을까? 산불 진화의 주무부서인 산림청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현실은 냉혹하다. 산림청은 산림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민가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산불 진화 과정에서 주택이 불타는 상황에도 산림청은 숲에만 집중하며 피해를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국민의 안전은 산림청이 아닌, 다른 요소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
◇활엽수, 자연이 준 방패막
산불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은 다름 아닌 활엽수다. 활엽수는 불에 잘 타지 않고, 주변 환경에 물기를 머금어 화재 확산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2022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울진 산불 당시, 수많은 주택이 불길에 휩싸여 소실됐다. 그러나 한 집만은 무사히 남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 집 뒤에는 활엽수가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2023년 강릉 산불에서는 집 주변에 소나무가 있던 세 채의 집이 전부 불타버렸다. 소나무는 휘발성 물질을 다량 방출해 불길을 가속화하는 "불폭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숲가꾸기 정책이 부른 재앙
산림청의 숲가꾸기 정책은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정책은 혼효림(활엽수와 침엽수가 섞인 숲)에서 활엽수를 제거하고 소나무만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경제성을 이유로 추진됐지만, 결과적으로 숲을 대형 화재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최병성 환경운동가는 "소나무 중심의 조림과 숲가꾸기는 대한민국 산불을 대형 폭탄으로 만드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숲가꾸기가 아니라 '숲 망치기' 정책"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기후위기가 아닌 정책 실패
많은 이들이 대형 산불의 원인을 기후위기로 돌리지만, 전문가들은 정책 실패를 더 큰 원인으로 꼽는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산불 진화 자원의 고령화와 비효율적인 대응 체계가 문제"라며 "산림청의 대응 능력 부족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1].
또한, 소나무 중심의 조림 정책과 숲가꾸기는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다. 기후위기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잘못된 정책이 재난을 키운 셈이다.
▲남안동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이 700여미터 민가로 옮겨 붙어 전소됐다.[사진 정연수 기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대형 산불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혼효림 조성: 활엽수와 침엽수가 공존하는 숲으로 전환해 화재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
-산불 대응 체계 개편: 산불 진화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소방청으로 권한을 이관하고, 민가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 투명성 강화: 숲가꾸기와 조림 사업 예산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환경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국민 안전을 위한 새로운 방향
대한민국에서 반복되는 대형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이는 잘못된 정책과 관리 체계가 만든 인재다. 이제는 기후위기를 탓하며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활엽수는 자연이 준 방패막이다. 이를 제거하고 소나무만 남기는 정책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