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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 가평군 임야 ‘침엽수’ 안전한가? 임도(林道)는?

  • 정연수 기자 기자
  • 입력 2025.03.31 16:00
  • 조회수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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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울주.의성,임도 있는 산은 하루 만에 진화, 없는 산은 엿새 탔다

화재.PNG

영남 지역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을 보면 우리나라 산림의 3대 구조적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턱없이 부족한 ‘임도(林道)’와 헬기 등 열악한 산불 진화 ‘장비’, 불이 잘 붙을 수밖에 없는 침엽수림 위주의 산림 ‘수종(樹種)’을 꼽을 수 있다.

 

▣임도가 없다…. 불나면 속수무책

 

임도는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는 숲속 찻길을 말한다. 산불에 대비해 확보한다. 임도가 없는 산은 소방차가 올라갈 수 없어 헬기로 불을 꺼야 하는데 안전상 밤에 뜰 수 없는 데다 낮에도 연기나 먼지가 짙으면 발이 묶인다.

 

산림 당국은 이 때문에 이번 산불을 진압하는 데 애를 먹었다. 헬기를 총동원해 진화율을 올려놓으면 밤에 다시 불이 번졌다. 안동 산불의 경우 임도가 있는 산은 소방차가 숲속 깊이 들어가 밤에도 호스로 물을 뿌릴 수 있어 진화 효율이 5배 이상 높아 보였다.

 임도현황.PNG

산림청 연구자료에 따르면 ‘임도로부터 1m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1.55㎡씩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임도는 이어진 숲을 갈라 산불의 확산을 저지하는 ‘방화선’ 역할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임도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산림 1ha당 임도는 4.1m로 독일(54m)이나 일본(24.1m)보다 짧다. 전체 국토 중 산림 비율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핀란드는 5.8m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의성의 산불 임도는 710m로 조사됐다. 안동과 경남 산청에는 임도가 없다. 그래서 조기 진화도 못 하였고, 확산도 막지 못했다.


이번에 산불이 난 울산 울주군은 임도 유무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지난 25일 산불이 난 울주군 화장산은 폭 3m짜리 임도가 있어 낮뿐 아니라 밤에도 진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소방차 92대와 대원 1240명이 밤새워 물을 뿌렸다. 그 결과, 불이 난 지 20시간 만에 주불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임도가 없는 근처 울주군 대운산은 지난 22일 불이 난 이후 128시간 만인 28일 불을 잡을 수 있었다. 

 임도2.PNG

2020년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 특성을 고려한 임도 밀도 목표량 산정 연구’에서 “우리나라 산 1ha당 최소 6.8m의 임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면 임도 1만 6,000km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산림청은 올해 산불 진화임도 91km를 늘이는 데만 1,574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사유지인 경우 산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환경 단체의 반대도 넘어야 한다. 하지만‘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산불이 나기 쉬운 지역은 산 주인의 동의 없이도 임도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인계점에 도달했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평군 관계자 “임도 충분하다”

 

전체 면적의 83%인 가평군은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화악산과 연인산, 명지산 등 높은 산이 많아 산불 발생 시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많은 지리적 특성이 있다. 가평군은 영남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타산지석 삼아 산불 예방에 모든 행정력을 쏟고 있다.

 

초기 진압에 실패해 피해를 키운 영남과 경남 산청의 경우 임도가 없는 게 가장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렇다면 가평군의 임도 현황은 안심해도 괜찮은 걸까?

 

가평군 산림과 이효범 팀장은 “군유림과 사유림에 90개소, 총길이 127.66km의 임도가 조성돼 있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유림과 도유림에도 100여 km쯤 되는 임도가 조성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잣 채취를 위한 길이 있어서 유사시 소방차 접근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팀장은 “사유림의 경우 토지주가 임도 개설을 반대해 임도를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라고 했다.

 

▣가평군은 ‘잣’ 영남지방은 ‘송이버섯’...'침엽수 줄이고 활엽수 늘려야'

 

가평군은 대표적 임산물은 잣이다. 침엽수인 잣나무는 소나무처럼 기름 성분인 송진을 품고 있기 때문에 산불이 발생하면 불쏘시개나 화약 역할을 한다. 잣나무와 소나무 송진의 주요 성분은 불에 타기 쉬운 탄화수소인 ‘테르펜’이다.

 

송진은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횃불의 연료로 사용됐을 정도로 인화성이 높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잣나무와 소나무는 활엽수에 비해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침엽수.PNG

그런데 영남지방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침엽수림이 넓다. 가평군도 침엽수인 잣나무가 산림 대부분을 차지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산림(629만 8,134ha) 중 침엽수림이 차지하는 비율은 36.9%로 활엽수(31.8%)보다 높았다.

 

우리나라는 단단한 화강암 지반이 많아, 예전부터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잘 자랐다. 침엽수는 뿌리가 넓게 퍼져 단단한 땅에도 잘 자라지만 활엽수는 무른 땅에서 잘 자란다. 뿌리가 아래로 깊게 자라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큰 피해를 본 경북 의성군과 안동시도 지반이 단단한 곳들로, 침엽수가 많이 자란다. 산불 현장에서 만난 산림청 관계자는 “경북 산림 일대를 가보면 흙을 3~4cm만 파내도 단단한 지반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안동시의 침엽수림 비율은 52.9%로 전국 평균보다 16%포인트 높고, 의성군의 침엽수림 비율도 51.4%다. 가평군 산림의 지질도 이와 비슷하다.

 

이번에 불탄 지역을 취재하면서 활엽수로 수종을 변경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기자는 생각했다. 기후 온난화로 가평군의 잣 생산량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수종 변경을 의미한다.

 

아울러 ‘간벌(間伐)’ 작업도 중요하다. 간벌은 빽빽한 숲에서 나무를 솎아내는 것이다. 안동 산불 현장서 만난 산림 당국 관계자는 “숲이 지나치게 빽빽하면 산불이 더 빠르게 퍼진다”며 “간벌을 하면 잡목이 줄어 진화 작업도 쉬워진다”고 했다. 경남 산청 산불의 경우 나무와 수풀이 얽혀 있어 진화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20250329_103032.jpg

이번 산불로 천년 고찰 ‘고운사’와 국보급 문화재들이 불에 탔다. 문화유산이 인근에 있거나 산불 위험이 큰 곳은 간벌로 나무 사이 간격을 띄워주고 일본처럼 방화림(防火林)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은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불에 잘 타지 않는 수종을 선별해 방화림을 만든다. 방화림으로는 주로 굴참나무, 떡갈나무, 너도밤나무 등을 많이 쓴다. 침엽수 사이사이에 이러한 방화림을 섞어 심어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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