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병을 핑계로 감옥에 갇힌 여성들, 그리고 남겨진 무언의 폭력

(사진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이날 그레이스 M. 조 교수와의 대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색적인 질문도 나왔다.
20세기 초부터 중반까지 미국은 남성 중심 사회의 보편적인 편견을 활용해 수많은 여성을 ‘도덕적 의심’이라는 명목 하에 강제로 감금하고 굴욕적인 검사를 강요했다는 것. 이른바 ‘미국 계획’이라 불린 이 제도는 공식적으로는 공중 보건의 일부로 시작됐지만, 실제로는 여성의 성적 자유를 통제하고 남성 사회의 도덕적 잣대를 여성에게 강요한 사건이었다.
1918년, 미군 내부에 퍼진 성병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적되면서 정부는 성병 예방을 명목으로 여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경찰의 일방적인 의심만으로도 거리에 있다가, 식당에 홀로 앉아 있다는 이유로, 혹은 직장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었고, 구금 시설에서 고통스러운 성병 검사를 받았다. 이러한 검사들은 대부분 비인간적이었고, 심지어 여성에게 유해한 수은과 비소 약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공중 보건을 앞세운 정책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이 받는 고통이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됐다.
▣ 도덕 경찰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마가렛 헤네시라는 한 여성이 단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길에서 경찰에 체포되어 강제 검사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1919년, 헤네시와 그녀의 언니는 경찰에게 붙잡혔고, 성병 검사를 강요당했다. 검사 결과 성병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경찰은 그녀를 도덕적 혐의로 수치심을 안고 거리를 떠나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례는 단지 한 개인의 경험이 아니다. 도덕 경찰이라는 이름 아래, 당시 수천 명의 여성이 그저 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 식당에 혼자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금되고 신체를 검사받아야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들이 해방된 이후에도 이 사건은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남겼다는 점이다. 마가렛 헤네시는 “두 번 다시 거리로 나갈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 여성들뿐만 아니라 당대 모든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위험이었다.
▣ 성별에 따른 이중잣대와 편견
‘미국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성병을 남성에게서 감염된 여성에게 전가하고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법안은 성별에 관계없이 성병 의심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했으나, 실제로는 거의 모든 검사와 구금 대상이 여성이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남성 경찰이나 보건 당국의 성적 위협을 받거나, 심지어 경찰의 성적 요구를 거부할 경우 추가적인 검사를 강요당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특히 이민자 여성과 유색 인종 여성은 더욱 극심한 폭력에 시달렸다. 당시 남성 중심의 법과 제도는 이들 여성을 단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치부하고,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들은 충분한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했고, 남성의 폭력에 대해 저항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야 했다.
▣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잔재
놀랍게도 ‘미국 계획’의 법적 잔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특정 질병에 대해 ‘의심스러운’ 사람을 격리하고 강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남아 있다. 과거의 인권 침해 사례가 역사로 기록되기만 할 뿐, 법률의 모순적인 잔재가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도덕적 규제와 성적 통제를 고수하는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공중 보건을 명분으로 펼쳐진 이 부당한 정책이 남긴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치유되지 않으며, 이러한 사례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