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9부] 성적 경쟁이 낳은 외로움, 청소년을 스마트폰으로 내몬다
학업 스트레스와 디지털 의존의 악순환, 그 해법은 어디에?
[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학업은 삶의 중심이자, 어쩌면 삶 그 자체다. 그들은 매일같이 시험과 성적에 시달리며, 성적이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이처럼 과도한 성적 압박이 청소년들의 삶을 지배하면서, 그들이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관계다.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나아가 자신과의 관계마저 단절되면서, 청소년들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기기로 도피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성적 압박이 관계를 단절시키다
최근 발표된 '2024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 중 83.7%가 학업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 스트레스가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이 과도한 성적 압박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경쟁 상대로 바라보게 된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얕아지고, 진정한 소통 대신 성적에 관한 대화만 오간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관계의 깊이를 상실하고, 외로움 속에서 헤매게 된다.
그 외로움을 메우는 방법은 대개 스마트폰이다. SNS, 유튜브, 메신저, 게임 등은 손쉽게 청소년들에게 위안을 준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활동은 일시적인 위로에 불과하며, 오히려 청소년들을 더욱 외롭게 만들 뿐이다. 관계의 공백을 메우는 대신, 그들은 더 깊이 스마트폰 속 가상 세계로 빠져들고, 현실과의 괴리는 점점 커져간다.
▣ 성적보다 중요한 것
이 연구는 단순히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사용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문제는 성적 중심의 교육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은 성적을 위해 친구와 경쟁하고, 성적을 위해 자신을 밀어붙이고, 성적을 위해 부모나 교사에게 인정받으려 애쓴다. 이러한 성적 중심의 사고방식은 청소년들의 정서적 성장을 방해하고, 그들이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청소년기에는 자아를 확립하고, 타인과의 감정적 유대감을 쌓는 것이 중요한데, 과도한 성적 압박은 이를 가로막고 있다.
교육 제도 역시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시험 성적이 곧 학생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면서, 학생들은 자신이 성적표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성적이 나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성적이 좋으면 일시적인 안도감을 느끼지만, 진정한 성취감이나 자기 확신을 얻지 못한다. 결국, 청소년들은 성적이라는 기준에 매달려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며,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된다.
▣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성적 중심의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업 성취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청소년들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와 가정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성적이 아닌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예술, 체육, 봉사 활동 등은 청소년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성적 압박으로 인해 수면 부족과 정서적 피로를 경험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 그들이 디지털 기기 없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과의 대화, 친구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장려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단순히 개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 제도가 성적 중심에서 벗어나 보다 인간적인 성장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청소년들이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부모와 교사 역시 성적 이외의 가치를 인정하고, 청소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김재엽 교수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단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경쟁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다”라며, “교육과 가정에서 성적만이 아닌 청소년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경국립대학교의 황성결 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사회 전반에서 청소년들이 더 많은 감정적 지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단지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해결될 수 없다. 그들이 왜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되었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청소년들이 성적 압박과 외로움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의지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