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8부] 청소년의 외로움은 스마트폰이 아닌, 우리가 만든다
성적 압박과 친구 관계의 악순환, 그 뒤에 숨겨진 경쟁 사회의 그림자
[NGN뉴스=사람 이야기]양상현 기자=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상은 단순한 '디지털 중독'으로 취급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연세대학교와 한경국립대학교의 공동 연구는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더욱 복잡한 현실이 존재함을 밝혀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업 스트레스'와 '성적 압박'이라는 심리적 부담에서 기인하며, 이로 인해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외로움 속에서 디지털 세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성적 압박, 관계 악화, 그리고 스마트폰 의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8명 이상이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또래 관계에서 부적응을 겪고 있다. 학업이라는 공통된 목표는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러운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은 협력자가 아닌 경쟁 상대로 변모한다. 이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는 점차 얕아지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대신 성적이나 입시에 관한 얘기만이 오갈 뿐이다. 이러한 관계의 단절은 청소년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심화시키고, 결국 그들은 위안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장치에 몰입하게 된다.
스마트폰은 그들에게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위로의 통로가 된다. SNS를 통해 일상의 조각들을 나누고,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현실을 잊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도피일 뿐, 실제로 그들의 외로움이나 스트레스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현실의 문제로부터 더욱 멀어지며, 스마트폰 사용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 청소년들이 외면당하는 이유
성적 압박은 단순히 시험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 압박은 청소년들이 삶의 모든 면에서 경쟁을 느끼게 하며, 이를 통해 얻는 보상이 바로 '성공적인 미래'라고 잘못된 믿음을 심어준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성적 중심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를 성적표로만 평가받는 경험을 반복한다. 이러한 환경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를 성적과 성공에만 의존하게 만들고, 그 외의 관계나 감정적 소통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결국, 청소년들은 자신을 인정받기 위한 방법으로 성적 경쟁에 더욱 매달리게 되고, 친구와의 관계는 그 과정에서 더욱 얕아진다. 이는 청소년들이 자아 존중감을 잃게 만들며, 자연스럽게 외로움의 악순환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고립
이와 같은 문제의 근본에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학업 성취가 곧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는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주입되며, 부모와 교사 역시 이러한 믿음을 강화한다. 성적이 우선시되는 교육 제도와, 학업 외에도 각종 대외활동과 특기 개발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청소년들에게 막대한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이 경쟁에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 결과, 친구와의 관계에서조차 경쟁이 우선되면서 감정적 소통과 지지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외로움은 곧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필연적인 결과가 되고, 이는 디지털 공간으로의 몰입을 촉진한다. 스마트폰은 그들에게 편리한 도피처가 되어주지만, 이 도피는 단지 고립감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결국,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로 해결될 수 없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원인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과도한 경쟁 구조와 성적 중심의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들이 건강한 친구 관계를 형성하고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연구를 공동 진행한 한경국립대학교의 장대연 교수는 “청소년들이 경쟁 교육 속에서 겪는 고통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주입해 온 경쟁 중심적 사고방식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친구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외로움과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대책뿐만 아니라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학업 성취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완화하고, 청소년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관심사와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와 가정은 청소년들에게 성적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감정의 중요성을 교육해야 하며, 그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 사용을 단순히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디지털 공간 외에도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운동, 미술, 음악과 같은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적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단지 디지털 기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청소년들이 겪는 외로움과 관계 단절,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사회적 압박의 문제다.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적 압박이나 경쟁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는 인간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