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지역 사과 재배면적 10년 전에 비해 3.3배 증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서 7년전 부터 사과 농사를 짓는 김영조 씨(65), "기온이 낮아 안 될 줄 알았던 사과가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사진=정연수 기자]
▶평창.양구 해발 600~700m, 고랭지 채소 대신 사과 농사
▶강원 내륙 지역,기온 낮고 일교차 커 사과 재배 최적지
[NGN 뉴스=가평] 정연수 기자=제주도 명물인 감귤이 강원도에서도 자라고, 사과는 강원도 일부와 북쪽에서만 키울 수 있다면 어떨까. 아주 먼 미래가 아닌 짧게는 10년, 길어도 50년 안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기후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온난화가 지속하면, 사과와 같은 대표 과일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출 가능성도 크다. 예측 지도에 따르면 사과는 꾸준히 재배 면적이 줄어들어 2070년대가 되면 국토의 1%가 되지 않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거라는 우울한 예측이다.
배와 복숭아는 2030년대까지 소폭 증가하다 감소하고, 포도는 2050년대 이후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기온이 높은 곳에서 잘 자라는 단감은 중부내륙 전역으로 산지가 넓어진다. 농진청은 과거 예측보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져, 재배 가능지(地) 감소 시점이 10년에서 20년 정도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자는 지난 16~18일까지 3일간 강원 동북부 내륙 평창·진부·대관령·용평·양구의 사과 재배 실태를 현지답사로 취재했다.
평창군 진부면 김영조씨 사과 밭, KTX 오대산 역 앞 밭에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다. 일교차가 커 단단하고 식감이 좋다. [사진=정연수 기자]
해발 700m 고지대인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의 한 사과밭. 국내 최대의 고랭지 채소밭이 사과밭으로 변하고 있었다. 평창군 진부면 농민 김영조 씨(65)는 7년 전부터 사과나무를 심었다. 본격적으로 사과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나, “20년 전엔 엄두도 못 했던 사과가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김 씨가 사과 한 개를 따 맛을 보라며 기자에게 건넸다. 아직 덜 익었지만 '단단하고 식감도 좋았다.' 평창군 진부면 일대에서 사과 농사를 본격적으로 하는 농가는 10여 가구에 이른다.

강원도 용평.대관령 일대 고랭지 채소밭은 점차 축소되고, 사과와 대파 재배 농가는 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양구군, 새로운 사과 메카로 급부상…“일교차 커 사과 재배 최적지”
해발 600m 강원도 양구군에도 온난화를 피해 ‘사과 이민’온 농부들이 늘고 있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박현수 씨(59)는 7년 전 이곳으로 ‘사과 이민’을 왔다.
고향 영천에서 사과·복숭아 등 과수 농사를 짓다가 2018년 토지를 매입해 2020년부터 사과나무 식재를 시작, 현재 5만 6,198㎡(1만 7000평) 면적의 사과를 경작하고 있다.
2만여 평에 이르는 박씨의 밭에 사과가 주렁 주렁...[사진=정연수 기자]
박 씨는 ‘사과 이민’을 결심한 이유를 “사과는 밤낮 기온 차가 커야 잘 자라는데 지금 아랫지방은 열대야가 심하다”며 “낮과 밤 모두 더우면 나무가 그저 호흡하기에 바빠 열매로 양분을 보낼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 양구 해안면은 여름에도 밤이 되면 서늘해 사과 농사를 짓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지역에 박씨처럼 사과를 재배하고자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강원 지역 사과 재배면적은 1,748ha로 10년 전인 2014년(522ha)에 비해 3.3배나 늘었다. 배추·인삼 등 기존 작목을 사과로 전환해 본래 거주민 외에도 남부권에서 이주한 농가의 면적 또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7~8년 전부터 경상·충청 등지에서 사과 농사를 짓던 농가들이 강원 지역으로 넘어오는 일이 늘기 시작했으며, 이는 ‘기후변화로 재배 여건이 변한 영향’ 때문이다.
영천에서 양구로 이주한 박씨의 사과는 이미 시장에서도 높은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는 “사과나무를 심고 4년째인 지난해 사과의 값어치를 알아보고자 가락시장에 보냈다”며 “10kg들이 ‘감홍 사과’ 한 상자에 최고 단가가 21만 원대까지 나와, 돈 받기가 미안할 정도로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고 했다.
박씨는 앞으로 본인처럼 사과 농사를 짓고자 북상하는 이가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될수록 기존 주산지의 재배 환경이 점차 열악해지기 때문이다.
한때 가평군에서 생산되는 사과도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가평군 북쪽인 북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일교차가 커 껍질이 얇고 단단하며 당도가 높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하여 출하 시기가 20일 이상 늦어지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인다. 게다가 인력난까지 겹쳐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라면 10년 이내에 가평군 사과는 옛이야기가 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잣 위기에 이어 사과도 위협받고 있다.
가평 미래 먹거리 ‘사과’도 위기 제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