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포천·가평,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다
농업의 미래가 흔들리는 현장을 가다
[NGN뉴스=포천.가평]정연수.양상현 기자=경기도 포천과 가평. 한때 이 지역은 잣, 사과, 포도 등의 특산물로 이름을 날리던 농업 중심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명성이 무색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농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농민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NGN뉴스는 이 지역을 직접 찾아가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의 상황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취재에 나섰다.
▣기후 변화가 몰고 온 재난
포천의 한 사과밭. 여름철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있었다. 김영호(55) 씨는 땀을 닦아내며 "예전에는 여름철에만 물을 주면 됐지만, 지금은 매일같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과와 포도를 키우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평의 한 잣나무 농장.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심었던 잣나무들이 노령화되며 이제는 잣을 거의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종구(68) 씨는 "잣나무를 새로 심어야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요즘 기후가 예전 같지 않아서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잣도 강원도로 옮겨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KTX오대산 역 바로 앞에 있는 농민 김영조(65)씨 사과 밭 전경[사진=정연수 기자]
▣강원도로 떠나는 농민들
기후 변화로 인해 포천과 가평의 농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농민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 최근 들어 강원도 평창으로 이주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기후 조건 덕분에 잣, 사과, 포도 등의 재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토박이 김영조씨. 사과 나무를 7년전 심었는데 작황이 좋다고 전했다. 김 씨는 평창은 기온 낮아 사과나무 재배 농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사진=정연수 기자]
평창으로 이주한 한 농민은 "여기서는 기후가 안정적이어서 작물이 잘 자란다. 포천과 가평에서 겪었던 고충이 없다"고 말했다. 이주를 고려하는 농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소식이지만, 동시에 포천과 가평 지역에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포천시 신북면에 있는 선우팜(대표 오경훈) 파파야 농장,스파트 팜 사업으로 사계절 열대 과일을 생산하고 있다.[사진=양상현 기자]
▣대안 모색에 나선 지역 전문가들
포천과 가평의 농업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역 농민들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농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파야 재배에 성공한 선우팜 오경훈 대표는 껍질채 먹을 수 있는 바나나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
포천과 가평의 농민들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김영호 씨는 "우리 아이들이 이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재배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눈빛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포천시 농업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역 농민들과 함께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책을 마련해 농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NGN뉴스는 앞으로도 포천과 가평 지역의 농업 현황과 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독자들에게 생생한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기후 변화의 한가운데서 농민들이 펼치는 생존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