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마평 없는 벼락 인사

[NGN뉴스=포천]양상현 기자=포천시가 7월 5일 자로 무려 23명에 달하는 국·과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백영현 포천시장의 첫인사로 공직자들이 지시에 의한 업무가 아닌 스스로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첫 승진인사에 누가 발탁될지 관심이 쏠렸다. 승진인사는 6명인데 17명이 전보인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인사가 하마평 없는 벼락인사였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사무관 6명이 명예퇴임하면서 당장 행정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고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항상 인사를 앞두고서 언제나 하마평이 무성했다. 하마평의 대상이 된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언론의 ‘지상발령’에 그쳐 ‘좋았다 말았을’ 경우도 있을 것이고, 다행히 ‘낙점’으로 이어져 승진의 기쁨을 누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마평이란 말은 애초 하마비(下馬碑)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성문이나 궁성 앞에는 말에서 내려야 하는 표지가 있었는데 이것이 하마비다. 말의 주인이 하마비 앞에서 말에서 내려 궁 안으로 들어가면 하인들은 그곳에서 기다리게 된다. 그때 무료한 하인들끼리 주인들의 신상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이런저런 입방아를 찧는 일이 많았는데, 이 말이 인사를 앞두고 높은 분들의 자리 이동을 점치는 하마평이라는 말로 뜻이 바뀌었다는 것.
하마평이란 다른 말로 바꾸어보면 사전검증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누구는 개혁성은 뛰어난데 조정능력은 미지수라거나 누구는 반대로 개혁성은 뒤지지만 팀워크 능력은 기대된다, 또는 누구는 전문성은 점수를 줄 만하지만 참신성이 뒤처지고, 다른 누구는 참신한 얼굴이긴 하지만 부서장악 능력이 미지수라거나 하는 식이다. 한쪽이 차면 다른 한쪽은 기우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다. 모든 면에서 100% 만족스러운, 입에 딱 들어맞는 떡이란 없는 법이다.
인사권자인 백영현 시장도 이런 하마평의 기능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하마평이라는 것도 인사권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들을 언론을 통해 띄워놓고 여론을 한번 떠보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은 시장의 몫이다. 그것이 잘된 판단이든 잘못된 선택이든 그 책임이 인사권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뚜껑을 연 인사 내용을 보면 백영현 포천시장의 선택이 무엇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어렴풋이 드러나는 듯하다.
포천시의 인사발령을 두고는 '내치기 vs 버티기'로 설왕설래가 오가지만, 공직사회부터 개혁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자칫 큰코 다칠 수 있다는 데는 시민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7월 5일 자로 이희호 복지환경국장은 안전도시국장으로, 이태승 안전도시국장은 복지환경국장으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전은우 기획예산담당관은 포천동장으로, 이윤행 감사담당관은 일동면장, 이진희 축산과장은 가산면장, 정진철 안전총괄과장은 내촌면장에 보해졌다.
이밖에도 강성모 내촌면장은 감사담당관, 김남현 일동면장은 기획예산담당관, 배상철 선단동장은 식품안전과장, 이영구 가산면장은 도서관정책과장, 김태석 포천동장은 하수과장 등으로 본청에 불러들였다.
유재연 교육지원과장은 민원과장, 전영창 하수과장은 도시정책과장, 임연식 의회 수석전문위원은 축산과장, 최종화 도시정책과장은 의회 파견, 김용국 평화기반조성과장도 의회 파견으로 자리를 바꿔 앉는다.
우선 전보 인사와 관련해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은 백 시장이 현재의 상황을 너무 낙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전결규정 개정 및 인사권의 부서장 위임으로 책임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밝힌 백 시장의 자신감과도 연결된다.
백 시장이 "지시에 의한 업무가 아닌 스스로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겠다"라는 말을 해온 것도 그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지금 시정이 잘 돌아가고 있고, 팀장급 이상은 예전에 같이 근무했기 때문에 다 파악하고 있어 자신이 시정을 훤히 꿰뚫고 있으므로 굳이 부서장들의 전문성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의 뜻을 원활히 ‘집행’할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자신의 뜻을 원활히 ‘집행’할 사람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본인이 원해서 그랬는지 정확한 취재가 되지는 않았지만 최기진 소흘읍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년이 2년 이상 남은 최 읍장이 버티기를 하지 못해 내치기를 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백 시장이 비전이나 코드가 다르고 정책 방향이 다른 인사와 함께 손발을 맞춰 업무를 추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삐거덕거리고 시끄러울 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퇴를 압박하고픈 것이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또 있다.
최종화 도시정책과장과 김용국 평화기반조성과장이 별안간 의회 파견근무를 명령받았다. 사무관은 최종화 과장이 먼저 달았는데 그는 의회 수석 전문위원, 김용국 과장은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의회 사무과장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유력하다.
인사를 담당하는 자치행정과장도 "이것은 제가 실수한 것"이라며 "김용국 과장이 나이가 더 많으니까 당연히 먼저 승진했을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라고 말해, 소문을 뒷받침했다.
이것은 올해 상반기부터 시행된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까지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사한 셈이다. 서과석 시의장은 본지의 질문에 "의회 사무과장과 전문위원으로 누구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올해부터 의회 인사권 독립이 시행되면서 의회 소속 직원에 대한 임용·승진·징계·교육 등의 모든 인사권한을 의회 의장이 행사하게 되어 있지만, 법 시행 초기부터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행부 견제와 감시 철저히 해야 할 의회가 집행부에서 파견한 사람을 의회 사무과장으로 앉히고, 수석 전문위원으로 두면 백영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에 대한 강한 견제가 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시장은 물론 광역·기초의원까지 국민의힘이 대거 당선되면서다.
게다가 서과석 시의장은 백 시장의 고등학교(포천일고) 직속 후배이기도 하다. 자칫하다가는 시의회가 시장의 '거수기' 노릇만 하는 시민이 우려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의장까지 국민의힘 독점체제로 회귀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집행부 견제와 감시는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시정 질의조차 안 하는 등 의정활동 미흡자들이 속출한다면 집행부와 의회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한쪽의 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된 대화와 타협의 정치도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포천시의 앞날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오가지만, 공직사회부터 개혁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자칫 큰코 다칠 수 있다는 데는 시민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읍장이 명퇴하면 또 그 자리를 과장급 다른 누군가가 메꿔야 하는 마무리 작업도 첩첩산중을 넘어야 하고, 시정이 또다시 흔들릴 조짐도 보인다. 집권 초반기부터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오리라는 경고음도 들린다.
그래서 문제는 바뀐 부서장들의 면면이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부서장들은 시장의 뜻을 잘 받들어 모시기에도 능력이 부쳐 허덕대온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시장의 지나친 낙관과 자신감, 또는 선거의 승리에 안주해 수성에 치중하고 싶은 유혹일 수도 있다. 안정도 좋고, 시민들의 선거 피로감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집권 초반기 최상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그렇다면 백 시장은 시정의 기조 방침부터 확실히 세워야 한다. 새로운 시장이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전부 수렴할 수 없기 때문에 시정의 특정 방향에 공감하는 인사들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어떤 집행부든 해당 집행부의 핵심 공약과 배치되는 활동을 해왔거나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이 현 집행부의 주요 부서장이라면 시정의 효율성이나 일관성은 저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편, 너희 편… 진영이 모든 것을 지배하면서 편가르기 행태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중앙에서도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 이사, 감사들에 대한 ‘사퇴 압박’과 ‘임기 보장’ 싸움에 국민들은 눈꼴이 사납다.
선거만 끝나면 ‘내치기 vs 버티기’ 광경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하다. 왜 이런 반목과 대립은 반복돼야만 할까?
행정직 공무원 등 비정치적이어야 하는 분야에서는 자율성, 독립성을 존중하고 공무원의 임기와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누가 부서장을 맡더라도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아야 한다. 부서장도 스스로 정치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알박기, 압박하기는 정치인의 운명이지만 부끄러움과 초연함, 그리고 중립은 행정가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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