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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이재명의 운명

‘정치적 희생양 삼으면 문 정권 부메랑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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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6.2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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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JPG

    

[칼럼/NGN 뉴스]정연수 기자=1심 무죄 2심 당선 무효형, 극과 극으로 간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선거위반 재판이 지난 1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부쳐졌다.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이재명 지사는 지사직을 잃을 뿐만 아니라 5년간 선거 출마가 제한된다. 반대로 그동안 발목을 잡아 온 재판에서 혐의를 벗게 된다면 코로나 대처 등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 지사의 정치 행보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과 직결된 이번 재판이 그만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은 통상 4명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에서 재판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재명 재판을 맡은 대법원 2부에서는 지난 2개월간 격론이 오갈 만큼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컸다고 전해진다.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고 검찰 출신에 보수적 성향인 박상호 대법관도 2부에 속해있다. 비단 성향의 문제는 아닐 것이나 1.2심에 판단이 달랐고 대법관 사이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건 이 재판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중요한 법률적 쟁점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조직법과 대법원 내규상으로도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등 의미가 큰 사건을 전원 합의체에 붙이게 돼 있다.

 

이재명 지키기 대책 위원회가 환영 견해를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전원 합의체 회부가 이 지사로선 불리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우선 1.2심 재판부가 모두 인정한 사실을 보면, ‘이 지사의 친형은 정신이상 증세가 있었고’ 이 지사가 형의 정신 진단과 입원을 지시한 것은 당시 ‘정신보건법에 따른 합법적 행정 행위다’ 즉 형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한 것은 무죄다. 실제 강제입원 절차도 중단됐다., 그런데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토론회에서 이런 문답이 오간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영환 후보가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라고 질문을 하자 이 지사는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1심은 무죄 2심을 유죄로 판단이 엇갈렸다. 대법원이 밝힌 이번 재판의 쟁점은 이렇다. 다른 후보자가 TV 토론회에서 한 질문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숨긴 답변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여부, 우선 이 지사의 답변이 일부 사실을 숨긴 게 사실이라는 점은 1.2심 재판부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 비록 합법적 행위지만 이 지사가 친형의 강제 입원 절차에 관여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TV 토론회인 만큼 김영환 후보의 질문은 ‘멀쩡한 친형을 불법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의혹을 부인한 것은 사실을 숨긴 것도 아니고 허위 사실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사실을 숨겼다 해도 단지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도적인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볼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기자회견이나 선거 공고물을 통해 ‘나는 강제 입원 절차에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표한 것과 동일시해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또 일부 숨긴 사실이 불법 행위냐? 아니면 합법적인 행위냐는 점도 참작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1심은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후보자 토론회라 맥락도 관련된다. 시간 제한이 있는 토론회에서 상대방의 공격적 질문에 대응하려면, 먼저 질문의 핵심,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부인한 뒤 보충 설명을 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일부 사실을 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방송토론회 특성상 허위사실 공표죄 적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방송토론은 상대 후보자의 면전에서 즉시 반론 및 해명 기회가 부여되기 때문에 연설이나 유인물 배포와는 달리 방송토론회에서 한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 적용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방송 토론은 다수 시청자에게 노출되는 만큼 허위 사실의 전파력을 볼 때 규제할 명분도 크다는 반론도 있다. 앞서 본 것과는 달리 다른 차원에서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선거에서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바람직한가? 라는 질문이다, 외국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오하이오주 선거법에 허위사실 공표 금지조항이 위헌 판정을 받았다. 선거 과정에서는 그 어느 때 보다 표현의 자유가 널리 보장되어야 하는데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으면 활발한 토론이 위축될 수 있고, 또 선거 이후에 정치적 이유로 선택적 기소를 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우리는 정치적 진실을 정부가 결정하는 걸 원치 않는다.

 

정부는 이런 권한으로 비판 세력을 탄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유권자가 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적 허위공격과 달리 후보자 본인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는 규제 수위를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에서는 후보자 본인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조항이 아예 없다. 그리고 영국의 한 재판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2015년 영국 총선에서 자유민주당 카마이클 후보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정부 기밀문서를 언론에 흘렸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기밀문서 유출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이 발언 때문에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는데 무죄 판결이 났다. 영국 선거법은 후보자의 인격과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데 카마이클 후보가 말한 기밀 유출에 대하여 나는 모른다고 말한 것은 기밀 유출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거짓말일 뿐 자신의 인격과 행위를 직접 거론한 거짓말은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했다.

즉, “나는 정직한 사람이므로 기밀 유출은 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명시적인 거짓말을 해야만 유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서상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도 있으나 선거를 무효로 돌릴 수 있는 허위사실공표죄 적용은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밝힌 이번 재판의 쟁점으로 돌아가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유, 무죄를 1,300만 도민이 판단해 보길 바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8일 첫 심리를 진행했지만, 다음 심리기일이나 선고기일을 지정 못 하고 심리를 잠정 종결된 상태다. 비록 잠정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선고기일 지정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사건에 대한 주요 심리는 마무리된 상태이다.

 

창의력, 친화력, 결단력·추진력을 고루 갖춘 이재명 지사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면 문재인 정권에 심각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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