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가 또 조직개편에 나섰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사실상 해마다 조직을 뜯어고치고 있지만, 이번 개편안에서도 장기적 비전이나 치밀한 조직진단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서를 합친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분리하고, 의회에 보고한 개편 방향마저 2주 만에 뒤집었다. 이것을 행정 혁신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때그때 조직표의 칸을 옮기는 임기응변에 가깝다.
포천시청 외경
포천시는 2024년 7월 산림과와 생태공원과를 산림공원과로 통합했다. 당시 시의회는 공원 분야의 전문성과 시민 정주여건에서 공원이 갖는 중요성을 들어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약 2년 만에 산림과를 다시 분리하고 정원도시과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통합할 때는 통합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다시 분리하려면 그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포천시는 당시 통합의 성과와 실패를 시민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잘못된 판단이었다면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조직은 흔들리고 비용은 시민이 부담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조직개편이 아니라 행정 실험이다.
개편안이 만들어진 과정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7월 3일 시의회 사전 보고안에는 도시계획과를 도시개발과로 분리·재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불과 2주 뒤 제출된 조례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지고, 갑자기 교통행정과를 교통정책과와 차량관리과로 나누는 방안이 들어갔다.
불과 2주 사이 포천시의 도시개발 수요가 사라지고 교통행정 수요가 폭증한 것인가. 아니면 조직개편의 기준 자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가.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할 행정조직이 보름 만에 방향을 바꾼다면 시민은 그 결정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이는 공무원 출신 단체장이 빠지기 쉬운 행정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행정 내부를 잘 안다는 장점이 오히려 조직을 늘리고, 국을 만들고, 과를 나누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관료적 사고로 굳어질 수 있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부서명이 아니라 더 빠른 민원 처리와 분명한 책임, 나아진 행정서비스다.
공무원 출신 단체장은 조직의 생리와 인사 구조를 잘 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불필요한 조직 확대와 자리 만들기를 누구보다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포천시의 조직개편은 시민의 필요보다 행정 내부의 수요를 먼저 반영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한다. 조직을 개편할 때마다 국장·과장·팀장 자리가 생기고 인사 폭도 커진다. 업무 효율보다 승진 자리와 보직 배분이 앞선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정 상황을 보면 조직 확대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한때 약 4천억 원에 달했던 포천시 재정안정화기금은 현재 700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2025년 예산은 1조4,456억 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고, 지난 4년 동안 공무원도 100명 넘게 늘었다. 재정의 완충장치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조직과 인력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산 규모가 커졌다고 행정이 좋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공무원 수가 늘었다고 시민의 불편이 줄었다고 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조직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그 조직이 시민에게 어떤 성과를 냈느냐다. 포천시는 조직 확대에 따른 인건비와 사무공간 조성비, 집기·전산시스템 변경비, 간판과 각종 행정자료 교체비는 물론 향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진단이 먼저다. 부서별 정원과 문서 처리 건수만 비교하는 형식적 진단으로는 부족하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특정 부서나 직원에게 업무가 편중돼 있지는 않은지, 부서 간 중복 업무는 없는지, 관리직과 실무직의 비율은 적정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외부 전문기관과 직원, 시의회, 시민이 참여하는 객관적인 진단도 필요하다. 조직개편의 근거와 비용, 기대 효과를 수치로 제시하고 개편 이후에는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 실패에 책임지지 않는 조직개편은 언제든 다시 반복된다.

포천시의회 김현규 의원은 29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19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포천시의 반복적인 조직개편 문제를 지적하고, 객관적인 진단에 근거한 책임 있는 조직 운영을 촉구하고 있다.
의회의 지적을 행정의 발목잡기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시의회가 통합 단계부터 우려를 제기했는데도 이를 외면했다가 2년 만에 되돌린다면, 문제는 의회의 반대가 아니라 집행부의 불통과 판단 착오에 있다. 의회의 사전 보고를 요식행위로 만들고 내부 판단만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 경험이 많은 단체장의 강점이 아니라 독선이다.
포천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표를 다시 그리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외부의 지적을 정책에 반영하는 정치적 리더십이다. 공무원 시절의 시각으로 공무원 조직만 바라봐서는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없다. 행정조직은 시장의 인사 도구도, 간부들의 승진 사다리도 아니다.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서비스 체계다.
포천시는 이번 조직개편안을 밀어붙이기 전에 전면적인 조직진단부터 실시해야 한다. 통합 2년 만에 다시 분리하는 이유, 보름 만에 개편 방향이 달라진 경위, 조직 확대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대 효과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또다시 이름만 바꾸고 자리를 늘리는 조직개편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행정 경험을 내세운 단체장이 조직을 가장 많이 흔든다면 그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자기모순이다. 반복되는 조직개편은 혁신의 증거가 아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무능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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