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6만명 정보 털렸는데 “문자 그대로”…가평 L골프장의 무책임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4.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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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 대표 구체적 상황 질문에 “문자에 나간 그대로입니다."되풀이

“문자에 나간 그대로입니다.” 가평 소재 L골프장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취재하는 내내 돌아온 답변은 한 문장으로 수렴됐다. 16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중대한 사고 앞에서, 골프장 측은 사실상 ‘복붙 답변’만 반복했다.
사건의 출발은 단순하지 않다. 2025년 10월, 홈페이지에 삽입된 악성코드로 고객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까지 포함된 민감 정보다. 그런데 정작 이용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2026년 4월. 무려 6개월이 지난 뒤였다. 골프장 측 설명은 이렇다. “경찰청 수사 과정에서 통보받고 알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다면 6개월 동안 정말 아무도 몰랐다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침묵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정재윤 대표는 “사과문에 나간 내용이 전부”라며 통화를 종료했고, 실무 책임자는 “저도 어제 전달받은 내용이라 모른다”, “답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고 규모를 묻자 “16만6천 건 정도”라는 수치만 던졌다. 근거를 묻자 역시 “문자에 명시돼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투명성’이다. 언제 발생했고, 언제 인지했으며, 무엇이 유출됐고, 피해는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지—이 기본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것이 책임 있는 대응의 출발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것은 정반대였다. 핵심 질문에는 침묵하거나 회피했고, 이용자들에게는 ‘문자 통보’가 사실상 전부였다. 유출정보를 문자로 받은 피해자들의 반응은 격앙돼 있다.
서울에서 골프장을 이용했다는 한 내장객은 “늦은 밤 문자 한 통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통보받았다”며 “항의 전화를 했더니 ‘공지했으니 참고하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정보를 다루는 업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대응은 너무 가볍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 큰 문제는 신뢰다. 골프장 측은 “16만여 명 유출”이라고 밝혔지만, 이 수치조차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산정 근거와 범위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개인의 삶과 직결된 ‘디지털 신분증’에 가깝다. 특히 골프장처럼 회원 기반 사업장은 고객 정보 자체가 핵심 자산이다. 그만큼 관리 책임도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대응은 안일했다. “몰랐다”거나 “답변할 수 없다”는 말로는 16만 명의 불안을 설명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론적 사과문이 아니다. 사고 인지 시점, 내부 보고 체계, 유출 경로, 피해 범위 등등 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말하지 않았던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이번 사태는 ‘해킹 사고’가 아니라 ‘신뢰 붕괴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본보는 이번 사안을 '사과문 공지와 문자 발송'으로 어물쩡 덮으려는 골프장측의 무책임에 대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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