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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퇴근도, 매뉴얼도 사치였다"… 2019년 포천, 그 '야전 행정'의 재구성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1.27 11:28
  • 조회수 9,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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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945마리의 비명과 뚫려버린 방역망… 박윤국 전 시장이 던진 '행정의 밀도'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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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공포가 다시 포천을 엄습했다.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전임 포천시장이자 현 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 지역위원장인 박윤국 위원장이 현 집행부를 향해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핵심은 '행정의 밀도(密度)'다. 그는 27일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9년 당시 4대 바이러스(ASF·AI·구제역·코로나19)를 동시에 막아냈던 경험을 소환하며, 현재의 방역 시스템이 수동적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위기 시 지자체가 가져야 할 '태도'를 묻는 질문이다.


■ 소독약 냄새에 섞인 '전시 상황'의 기억


지난 24일 새벽, 포천의 공기가 다시 비릿한 소독약 냄새로 뒤덮였다. 강릉과 안성에 이어 올해 벌써 세 번째, 포천 소재의 한 양돈농가에서 7,945두의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8,000마리에 가까운 생명이 한순간에 땅에 묻히는 동안, 농민들의 가슴에는 시커먼 재만 남았다. 행정은 "매뉴얼대로 살처분과 이동 중지를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박윤국 전 포천시장(현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이 소환한 2019년의 기억은 지금의 '시스템 방역'이 놓치고 있는 처절한 '야전 정신'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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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돼지와 바이러스가 공무원 퇴근 시간 기다려줍니까?"


"매뉴얼요? 그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바이러스가 어디 공무원 퇴근 시간 기다려서 들어옵니까?"


창수면에서 만난 양돈 농가 A씨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이번 발생 농장에서 전두수 살처분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그는 5년 전, 시청 공무원들이 농장 앞 초소에서 밤새도록 눈을 붙이지 못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는 시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다 미쳐있었어요. 그러니 우리도 믿고 버텼지, 지금처럼 서류만 들여다보고 이동제한 명령만 내리는 행정으론 이 보이지 않는 괴물을 못 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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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박윤국 위원장의 직격탄 "과잉 대응이란 없다"


박 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포천의 ASF 사태를 두고 "행정의 밀도(密度)가 빠진 껍데기 방역"이라며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그는 2019년 당시 ASF, AI, 구제역, 그리고 코로나19까지 덮친 전무후무한 4대 복합 위기를 떠올렸다.


 "당시 우리는 163개의 방역 초소를 세우고 하루 700명이 넘는 민·관·군·경 인력을 현장에 쏟아부었습니다. 시장실에 야전침대를 들여놓고 '나도 안 가는데 누가 집에 가느냐'고 호통을 쳤죠. 방역은 속도가 아니라 밀도입니다. 7,945마리를 묻어야 하는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행정이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오직 '유능함'뿐입니다."


그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단순히 하달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행정을 '보여주기식 방역'이라 꼬집으며, 현 집행부를 향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과잉 대응'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 멧돼지 4천 마리 소탕과 '야전 행정'의 실체


2019년 당시 포천시의 대응은 결기가 달랐다. 환경부와 농식품부가 정책 엇박자를 낼 때, 포천시는 "짐승 살리려다 사람 죽일 텐가"라며 독단적으로 엽사 70명을 소집했다. 결과는 멧돼지 4,000마리 사살. 매뉴얼을 기다리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대신 비난을 감수하고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5·6군단 장병들이 도로를 메우고, 당시 환경팀장은 밤잠을 설쳐가며 자동 출입문을 연구해 현장에 이식하던 그 시절, 행정은 현장에 살아있었다. 포천도시공사 직원들이 지방도를 24시간 사수하고 소방 차량이 도로를 씻어내던 그 '밀도' 높은 대응이 당시 포천을 방역 청정 지역으로 지켜낸 필연적 이유였다.


■ 7,945두의 비명이 묻는 '행정의 책무'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에서 야생 멧돼지 검출 이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8,000마리 규모의 농장이 뚫렸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스템은 진화했을지 몰라도, 그 시스템을 돌리는 '사람의 절박함'이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방역은 보여주기식 소독차의 노란 경광등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신발 밑창이 닳고, 야전침대에서 쪽잠을 자는 수고로움이 '밀도'를 만든다. "공무원이 느슨하면 시민이 죽는다"는 그 서슬 퍼런 경고를, 지금의 집행부는 무겁게 새겨야 한다.


멧돼지와 바이러스는 공무원이 퇴근한 밤을 틈타 침투한다. 지금 포천시에 필요한 건 세련된 보도자료가 아니라, 5년 전 그 비릿한 현장에서 피와 땀으로 세웠던 '철벽'의 정신을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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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 대응은 있어도 방역 실패는 없다"


박윤국 위원장은 최근 재발한 ASF 사태를 보며 다시금 '행정의 밀도'를 강조했다. "방역은 속도가 아니라 밀도"라는 그의 지론은 2019년 ASF, AI, 구제역, 코로나19라는 4대 재난을 동시에 막아낸 저력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 포천의 방역 현장에는 절체절명의 각오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위기 시 지자체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통찰이다. 보여주기식 소독차의 노란 경광등보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가 침투할 틈을 주지 않는 촘촘한 행정의 벽이라는 뜻이다.


■ 2019년의 '야전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묻는 것


기자가 지켜봤던 2019년의 포천은 거대한 요새와 같았다. 시장실의 야전침대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책임의 무게였고, 현장 공무원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련된 디지털 방역 시스템이 아니다. 5년 전, 흙먼지 날리는 현장에서 구두 대신 군화를 신고 뛰었던 그 '야전 정신'이다. "공무원이 느슨하면 시민이 죽는다"는 그 서슬 퍼런 경고를, 지금의 집행부는 무겁게 새겨야 한다.


■ 행정의 밀도가 곧 시민의 생존이다


박 위원장이 던진 "방역은 행정의 밀도 싸움"이라는 조언은 현재의 집행부를 향한 날 선 경고다. 시스템은 진화했을지 몰라도, 그 시스템을 돌리는 '사람의 절박함'이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의 포천이 ASF, AI, 구제역, 코로나19라는 4대 재난을 동시에 막아낼 수 있었던 건 매뉴얼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매뉴얼 너머의 책임을 기꺼이 짊어진 '야전 행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멧돼지와 바이러스는 공무원이 퇴근한 밤을 틈타 침투한다. 지금 포천시에 필요한 건 5년 전 그 비릿한 현장에서 피와 땀으로 세웠던 '철벽'의 정신을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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