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예방부터 주거 안전, 돌봄 공백 해소까지... 시민 삶 깊숙이 파고든 '현미경 복지'

절기상 대한(大寒)을 갓 넘긴 22일, 포천의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하지만 봄을 준비하는 행정의 시계는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창한 개발 공약보다는 당장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조한 논밭, 삐걱거리는 문턱, 그리고 방학을 맞은 장애 가정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일에 방점이 찍혔다.
포천시가 이날 내놓은 일련의 정책들은 화려하진 않으나, 시민의 생존과 직결된 '기본'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행정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시의 의지가 현장 곳곳에서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1. "태우지 말고 부르세요"... 봄철 산불, '찾아가는 파쇄기'로 잡는다
관행적 소각이 부른 화마(火魔) 차단... 미세먼지 저감은 덤
해마다 봄이면 농촌 들녘은 묘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고춧대, 들깻대 등 겨우내 쌓인 영농 부산물을 처리하려는 농심(農心)과, 자칫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질까 노심초사하는 행정의 줄다리기 때문이다. '태우면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고령의 농민들이 무거운 부산물을 일일이 짊어지고 처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포천시가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영농 부산물 파쇄지원단'을 가동한다. 2월 2일부터 3월 20일까지 운영되는 이 파쇄단은 트럭에 파쇄기를 싣고 직접 농가로 달려간다. 농민들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신청만 하면, 파쇄 전문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어 부산물을 잘게 부숴 비료로 되돌려준다.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다. 이는 산불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예방주사다. 농가당 최대 4,950㎡(약 1,500평)까지 지원하며, 과수 전정 가지나 덩굴성 작물을 제외한 일반 부산물은 대부분 처리가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농촌의 고질적인 불법 소각 문제를 단속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농가의 일손을 덜어주고 산불 위험도 원천 봉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신청은 2월 20일까지다.
2. 문턱 낮추고, 웃풍 막고... 낡은 집이 '안전한 보금자리'로
어르신 안전하우징·햇살 하우징 대상자 모집... 최대 500만 원 지원
오래된 단독주택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높은 문턱은 매일 넘어야 하는 '산'이고, 틈새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은 겨울을 더 춥게 만드는 주범이다. 포천시가 주거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시는 오는 2월 12일까지 '어르신 안전하우징'과 '햇살 하우징' 사업 대상자를 모집한다. 핵심은 '안전'과 '에너지 효율'이다. 가구당 최대 500만 원을 투입해 낡은 집을 수선한다.
'어르신 안전하우징'은 낙상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화장실에 안전 손잡이를 달고, 문턱을 없애거나 낮추며, 미끄럼 방지 바닥재를 깐다.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반면 '햇살 하우징'은 단열에 집중한다. 낡은 창호를 교체하고 벽체 단열을 보강해 난방비 폭탄 걱정을 덜어준다.
우승환 주택과장은 "집은 휴식의 공간이어야지,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단순한 집수리를 넘어 주거 약자들의 존엄을 지키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3. "방학에도 멈춤 없는 돌봄"... 숟가락 난타로 스트레스 '타파'
포천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맞춤형 방학 프로그램 호응
학교가 문을 닫는 방학은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에게는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의 돌봄 공백은 오롯이 가족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이 막막한 시기, 포천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방학 돌봄 프로그램이 부모들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센터는 지난 21일 방학을 맞은 장애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천편일률적인 돌봄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은 숟가락을 이용한 난타 놀이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중고등학생들은 최신 유행하는 방송 댄스를 배우며 또래들과 호흡한다.
현재 초등생 5명과 중고등학생 10명이 참여 중이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신체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고 사회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
센터 관계자는 "규칙적인 학교생활이 멈추면 아이들의 생활 리듬이 깨지기 쉽다"면서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터를, 부모님들에게는 잠시나마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4. "건의사항 53건 중 27건 해결"... 말뿐인 소통은 없다
포천동 주민 간담회... '듣는 행정' 넘어 '해결하는 행정'으로
"말해봤자 바뀌는 게 있겠어?"라는 주민들의 냉소는 옛말이 됐다. 지난 21일 포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포천동 주민과의 공감·소통 간담회'는 행정의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접수된 포천동 주민 건의사항 53건 중 절반이 넘는 27건이 이미 완료됐다. 21건은 적극 추진 중이다. 주민들이 낸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실제 도로가 포장되고, 가로등이 켜지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민대표 50여 명이 참석해 2026년의 새로운 건의사항 12건을 쏟아냈다. 양성환 포천동장은 "현장에서 나온 쓴소리와 건의사항이 곧 포천동 발전의 이정표"라며 즉각적인 검토와 실행을 약속했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장(場)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5. [미담] 엄동설한 녹이는 나눔의 손길들
㈜형제건설·㈜갈산환경, 지역 소외계층 위해 쾌척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지역 사회를 데우는 온정의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관인면에서는 ㈜형제건설(대표 김화숙)이 취약가구를 위해 써달라며 100만 원을 쾌척했다.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기부를 이어온 김 대표는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지역을 돕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묵묵히 나눔을 실천했다. 이종량 관인면장은 "가장 추운 시기에 전해진 따뜻한 마음을 꼭 필요한 곳에 전달하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신북면에서도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폐기물 처리업체인 ㈜갈산환경(대표 윤종서)은 명절을 앞두고 저소득층을 위해 후원금 200만 원을 신북면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윤 대표는 "명절이 더 외로운 이웃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후원금은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의 명절 준비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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